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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May 30. 2023

그녀가 울었다. 심하게

영화 '하모니' 리뷰 

영화 '하모니'를 보기 위해서는 손수건 한 장이 필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커플이 이 영화를 본다면 남자는 향수를 살짝 뿌린 예쁜 손수건을 필히 준비해야 한다. 아직 여친의 확실한 마음을 읽지 못한 남자라면 이 영화보다 여친의 손이 언제 눈가를 훔치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그녀의 손이 올라갔다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때 향수를 약간 뿌린 손수건을 말없이 건네주면 된다. 그녀는 그 손수건으로 영화가 끝나는 시간까지 자신의 눈물을 닦아 낼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여친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손수건 더럽혔으니까 다음에 빨아서 갖다 줄게!”

그러면 남친의 작전은 성공이고 영화 하모니는 그 커플에게 일평생 잊히지 않는 영화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모니는 최루가스를 살포하기로 마음먹은 영화다.

“이래도 안 울 거야?”

라는 강대규 감독의 연출의도를 빤히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를 볼 때 극장 안의 관객들은 눈물을 닦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옆 사람도 들을 수 있는 흐느낌으로 우는 것을 보면 분명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전문가의 리뷰를 인터넷에서 몇 편 읽어 보았는데 대부분 지적하는 소리는 “익숙한 소재의 영화를 비빔밥처럼 비벼놓은 것이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등의 부정적인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먹은 관객들이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모니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 영화의 줄거리는 몇 줄로 요약되어 있을 만큼 뻔하다.

남편을 살해하고 10년형을 선고받은 정혜(김윤진).

자신이 아끼고 예뻐했던 후배와 바람이 난 남편을 본 순간 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차로 남편과 후배를 치어죽이고 사형수가 된 음대교수 문옥(나문희).

상습적으로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죽이고 세상, 사람과 담을 쌓고 사는 성악 전공의 유미(강예원)

교도소에서 만난 그녀들은 한결같이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 인생이 비참해졌다. 

“남자들 이 영화 보고 각성하라”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죄수라고 하는 비참한 인생을 사는 그녀들이 교도소에서 만나 합창단을 조직하고 음악을 통해서 세상과 가족과 화해한다는 내용은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많이 우려먹은 줄거리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애당초 줄거리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통속적이고 흔한 이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관객들의 눈물을 쏙 뽑아낼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중요한 연출의도라고 생각을 한다.
하모니를 감독한 강대규 감독은 영화 <해운대>에서 조연출을 했고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 그는 신인 답지 않게 관객들의 눈물을 자연스럽게 뽑아낼 수 있는 연출력을 가진 감독이라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 때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는 공통된 코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의 도입이나 전개까지는 배를 잡고 웃게 만들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관객들의 손을 눈가로 가게 만드는 눈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누구나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고여 있다. 이 눈물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에 대하여 후한 평점을 준다.

그렇지만 하모니는 맹목적인 눈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용서와 화해 사랑을 통해서 가족 간의 아픔과 고통,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치유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기에 관객들의 눈물샘이 자극된다. 
특히 울음보를 터트리게 하는 일등공신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나문희, 김윤진, 강예원, 정수영, 박준면 등의 연기는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오버하는 면은 있지만 그것도 팀워크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남자들은 극 중 공교로 출연한 이다희의 매력에 쏙 빠졌을 것이다.


마음씨 착하지. 
기럭지 길지. 
언제나 환한 미소 가지고 있지, 
천사 같은 마음씨로 배려하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예쁘다, 멋있다”를 반복했으니까 역시 영화는 여배우가 예뻐야지만 감동이 배가 된다고 믿는다.

또 하나는 친숙한 노래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OST도 잘 팔렸는데 우리 세대가 많이 들은 친숙한 곡이기 때문이다.
‘Danny Boy,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Eres Tu, 솔베이지의 노래’등이 이 영화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티가 있다면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내용전개다.
클라이맥스에 가서 교도소 합창단이 알몸수색을 당하는 것이나, 문옥이 사형을 당하는 장면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기에 아쉬움이 있다. 

https://youtu.be/v_cCVB33N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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