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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n 30. 2023

정보를 넘어 사색으로 이어지는 독서

'실천독서법' 리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설 때 가슴에 남아있는 잔잔한 여운은 이렇게 속삭인다. “월터처럼 너도 변해야 해!” 지금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기대는 누구나 꿈꾸는 삶의 원리다. 이 말속에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의 의지를 복종시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각오가 서려있다.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은 영화 속 월터처럼 셰릴을 만남으로 인해 시작된다. 사랑의 힘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변한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는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책만 읽는 바보로 유명한 김득신은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 백이열전(伯夷列傳) 부분을 11만 3천 번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책이나 영화는 동기부여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그래서일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 에 대한 방법론을 다룬 책들은 대부분 제목이 자극적이다. ’ 나를 확 바꾸는 실천독서법도‘도 그렇다. 책 제목은 노골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의 인생이 확 변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알려주겠다” 며 저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내가 확 바뀔 것인가?”를 알고 싶어 한다. 그 노하우를 저자가 잘 전달해 준다면 다시 한번 곱씹어 읽고 싶은 책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버려야 할 책이 된다. 그렇다면 ’ 실천 독서법‘은 어느 정도의 책으로 평가받을까?

                 

이 책을 읽고 떠오른 느낌은 축구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그 점수를 지키기 위해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하는 축구팀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7가지의 질문은 본질에 관한 것이기에 아무리 많은 독서량을 자랑한다 할지라도 사고나 사색을 통하지 않고서는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저자 자신도 매년 100 권 이상 책을 정독하면서 늘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첫 번째의 질문은 ‘나는 제대로 책을 읽기는 하는 것일까?’ 

자신도 책을 읽을수록 마치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사모하는 것처럼 획기적인 독서의 방법을 찾아 헤맨다. 이유는 정보 지식사회답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개인이 읽을 수 있는 책은 극소수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기에 책 읽는 것도 효율성을 요구하게 되고 책 읽는 기술은 이 시대의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속칭 책 읽기의 고수라고 일컬어지는 독서가들은 보통 3천 권 정도에서 시작되어 1만 권을 읽어치운다. 하루에 1권씩 빠짐없이 읽어야 365권이고 10년을 이 속도로 읽어야 3,650권을 읽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숫자 앞에 기죽을 때마다 항상 다가오는 유혹은 “이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독서의 기술이 있을 거야. 그것을 알고 싶어!” 란 기대감 때문에 이런 분야의 책을 읽고 또 읽는다. 물론 다독도 중요하지만 지식과잉 시대에서 더 소중한 것은 지식의 양보다 질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명제도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책 읽기는 이래저래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적으로 책 읽기의 고수라고 알려져 있는 안상헌, 공병호, 박경철 등의 이름난 저자들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책 읽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자신의 것으로 채득 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제 많은 정보나 지식을 뛰어넘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인생의 지침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실력을 갖추지 못해 갈등한다. 이 책의 가치가 있다면 이 부분이다. ’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통해 저자는 독서의 3단계 발전론을 말한다.


첫 번째는 타인에 대한 자극으로 책을 읽은 단계다.

이 과정은 다독이 큰 자랑이지만 취미, 정보취득, 지식습득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두 번째는 책을 통한 사색의 단계다.

책을 읽는 도중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특징을 가진다. 작가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겨 무엇이든 끼적이고 싶은 충동이 들어 메모나 습작일기, 리뷰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낸다. 수동적인 책 읽기에서 능동적인 책 읽기로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때는 다독보다 정독이 더 가치가 있다.

세 번째는 독서를 통해 지혜를 발견하는 단계다.

사람은 자신이 깨달은 지혜의 폭에 의해 행동을 결정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단계의 특징을 책을 읽다가 명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단어 하나하나의 개념을 생각해 보고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접근하는 노력을 통해 한 구절에서 대오각성을 하고 어려운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을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내다. 즉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삼은 것처럼 이 단계에 오르는 독서를 해야 자신을 확 바꿀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다.



저자의 주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단계까지 올라설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미흡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알려줘야 하는데 서두에서 언급한 축구경기에서 해설자가 “아, 결정력 부족이 아쉽군요. 문전처리의 미숙함 우리나라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라는 단골멘트를 사용하는 것처럼 책은 중반을 넘어서면 너무 쉽게 집필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책의 약 30%에 해당되는 2부에서 독서로 미래를 개척한 사람들의 실 예를 언급하고 있는데 저자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정보 수준의 내용들이다. 3부에서 말하고 있는 자신을 혁신하는 실천독서법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문제는 지식적으로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실천하지 않는 자신에게 있다. 그렇다면 이런 책을 줄기차게 읽는 것보다 알고 있는 독서의 방법들을 실천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저자가 방법론으로 말하고 있는 무자비하게 책에 줄을 긋고 메모를 해라. 형광펜이나 포스트잇을 사용해라, 아이디어는 무조건 적으라. 등이라면 누구나 실천하고 있는 독서의 방법이 아닐까?


EBS에서 캠페인으로 만들었던  ‘검색보다 사색입니다.’라는 프로는 제목처럼 확실하게 사색의 필요성과 그 힘을 강조한다. 클릭 한 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원 없이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독서도 깊은 맛보다는 인스턴트식품처럼 조리하기 쉽고, 입맛에 맞고, 편리함만을 찾은 것은 아닌가?라는 자기반성이 있다. 양적인 것을 채우려는 조급함보다는 사색을 통해 얻게 된 인생의 지혜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 이 책을 통해 얻은 도전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수많은 책이 아니라 그중의 한 권이다. 그 한 권을 찾기 위하여 독서는 정보를 넘어 사색으로 그리고 지혜로 완성되어야 한다.


배경음악은


Anna Salleh and friends 의 '카니발의 아침'입니다.


 https://youtu.be/LfibwW-bQ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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