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일 Nov 12. 2022

부끄러운 글쓰기

'글쓰기는 주제다' 리뷰

내 책상 옆의 책꽂이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책들이 꽂혀 있다. 놀랍게도 인문학이나 예술서 같은 묵직한 주제의 책들이 아니라 책 읽는 법과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근 100여 권에 이르는 책들은 “나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떻게 책을 제대로 읽을 것인가?, 읽은 책을 어떻게 쓰고 자료화시킬 것인가?” 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한 주제로 다가온다. “어떻게?”라는 질문은 분명 자신의 독서력을 향상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것은 비단 자신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있는 공통분모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글쓰기를 통해 인생이 바뀐다는 달콤한 유혹과 함께 전문작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흠모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성공은 바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글 한 줄 속에는 자기 생각과 가치관이 드러나 있고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있기에 블로그에 올리는 리뷰나 글 한 줄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몇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이나 리뷰를 쓰지 못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장애물은 부끄러움이었다. “이 정도밖에 못 쓰는구나?‘라는 자기 비하는 점점 더 쓰는 것과 멀어지게 만들었고, ”안 읽고 안 쓰는 것이 더 좋아 “라는 합리적인 핑계를 대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홀로 깨어 촛불에 불 밝히고 전구색 스탠드를 켜면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제대로 살아야지?”

 이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은 역시 책밖에 없다. 그래서 유치한 책 읽기는 다시 시작된다.    

‘글쓰기는 주제다’ 이 책 구입한 지 오래되었지만 이제 눈에 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 남경신은 책 제목처럼 ‘글쓰기는 주제다’ 란 명제를 가지고 확실한 대답을 한다. 이 제목만 본다면 짜증 섞인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들 모르냐고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데 있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부끄러움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꼼꼼히 읽었다. 저자가 말하는 주제 중심 글쓰기 전략은 ‘주제’와 ‘주제화’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좋은 글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은 이야기할 주가 되는 내용(핵심)을 정하고 그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유용한 글감을 단계적으로 연결하여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첫 번째 글을 쓰려고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란 질문에 대한 답이다.
두 번째 주제문 만들기로 주어와 서술어를 갖춰야 하고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문장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세 번째는 주제화로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주제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말하는데 주제를 내세우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까지 글이 구성되면 그다음부터는 휘파람 불 듯이 글이 써진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



내 평생 한 번도 볼펜을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참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에만 공부만 흔적이 있을 뿐 뒤로 갈수록 깨끗했다. 이유는 또 다른 책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요즘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집적거리기만 할 뿐 완독한 책이 거의 없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책은 어느 한 권도 버릴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서 수십 년 활동했고 나름 성과를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 글쓰기나 책읽기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눈으로 보고 머리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지식적으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것이 체득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주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문을 만들고 수없이 반복해 쓰는 수밖에 없다.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이 습관이 되고 책 한 줄을 읽으면서도 주제를 찾는 훈련만이 좋은 글을 쓰는 이유가 된다.



소설가 김훈은 아직도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글을 써 내려간다고 한다. 이빨이 8개나 빠질 정도로 치열하게 글을 쓴 그는 자전거 여행에서 이렇게 말한다.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김훈과 내가 다른 것은 난 글을 쓴다는 이유로 이빨 한 개도 빠진 적 없고, 새벽 여관방에서 절망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책꽂이에 놓여 있는 10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아픔, 절망이 있어야 한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문을 만들며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토로하는 그 과정만이 좋은 글을 만드는 조건이 된다. 기억하자 이 모든 출발점은 주제로부터 시작이 된다.


제가 죽으면 장례 음악으로 쓰고 싶은 'The prayer'입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옹이 함께한 이중창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존 노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The prayer' 독서할 때 배경음악으로 좋군요.

https://youtu.be/hutfz74H6PE



매거진의 이전글 산티아고 콤포스델라(Camino de Santiag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