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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Aug 21. 2023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은

도서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2013년 2월 19일 정치인 유시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     

라는 짧은 글과 함께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  

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를 좋아하고 따랐던 사람들에는 충격이었고 당 깨기 전문가라며 조롱하고 눈엣가시로 여겼던 사람들에게는 기쁨의 날이었다. 누구보다 호불호가 분명했던 정치인 유시민의 정계 은퇴는 정치에 대한 좌절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00년 7월 100분 토론의 사회자로 화려하게 방송에 데뷔한 유시민은 특유의 논리 정연한 말솜씨와 큰 그림을 읽고 던지는 예리한 질문으로 우리나라의 토론문화를 새롭게 여는데 일조한 사회자였다.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의 정치적 소신과 철학 등을 통해 동지적 관계를 유지했기에 그를 좋아했던 국민은 노무현의 꿈이 계승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투표 사건과 야권의 대선 실패 논란은 그를 현실정치와 멀어지게 했고 결국은 10년간 몸담았던 한국 정치와 이별하고 말았다. 쉰다섯.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 



‘나는 열정이 있는 삶을 원한다.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고 싶다. 자유롭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짧은 여행의 마지막 여정까지, 그렇게 철이 덜 난 그대로 걸어가고 싶다. 내 삶에 단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나 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자유로움과 열정, 설렘과 기쁨이 없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기에 유시민 작가의 모습이 부럽다. 비슷한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답을 찾았고, 자신은 아직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은 10대 시절 때부터 누구나 물었던 질문이지만 생활에 안주하다 보니까 

“사는 게 별거 있어?”라는 냉소적인 답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인생의 황혼기를 향해 가는 자신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본인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에게, 또는 젊은 친구에게 답을 해 줘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먼저 청년기를 보내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이북:13쪽)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이들에게는 돈 버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다. 가난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공장이나 탄광, 전쟁터, 중동의 사막 등 그 어느 곳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늙은 부모님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며 중산층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누구보다 열심히 또 많이 일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러나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무력감과 홀로 됨이다. 평생 일에 시달렸던 그들의 현실은 애처롭다 못해 불쌍하다. 퇴직 후 텔레비전 시청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16.2%) 낮잠 (6.5%) 등산(6.0%)이라는 통계를 읽노라면 왠지 눈시울이 찡하다. 이런 삶을 사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울적하게 만드는데 죽음에 관한 질문이다. 노년기의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가 더 현실적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소설도, 영화도 연극도 모두 마지막이 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일반적인 이야기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해결책도 없다. 단지 마지막까지 자신이 주체자가 되어 삶을 마감하는 것이 자유고 존엄한 권리라고 믿는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를 바라본다지만 유토피아는 아니다. 유시민과 같은 무신자론 자에게 죽음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그의 말처럼 죽음으로 삶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죽음은 오히려 축복에 가깝다. 성경은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 이러라’(계시록 21장 4절)     

아무리 성공한 사람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그 삶은 피곤하고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리라.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약속하시기를 다시는 죽음도 애통도 아픔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믿는다면 기독교인에게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축복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묵직한 질문답게 저자가 다루는 삶의 주제들은 무게감이 있고 현실의 삶 속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따라가는 삶의 모습을 강조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한 자녀교육에 대한 문제, 품격 있는 삶을 사는 법, 진보주의자로 사는 법, 인생의 역경을 이기는 법 등에 대하여 멋진 문장을 만들어 내기에 많은 부분에서 밑줄이 그어진다. 그래, 비록 내일 인생의 종말을 맞이한다 할지라도 오늘 최선을 다하는 삶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책은 마치 저자의 자서전을 읽는 것처럼 차분한 느낌을 준다. 처음 국회에 등원할 당시 그 유명한 백바지를 입었을 때의 모습은 신선함이었는데 이제는 저자에게서 지혜를 갖춘 스승의 모습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부러운 것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인용한 책의 목록이다. 41권에 이르는 책은 그 숫자보다 읽은 책을 완벽히 소화했기에 글 쓰는데 좋은 배경지식이 된다.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저자의 행간을 읽을 수 있기에 책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부차적인 이익이다. 또 하나 저자의 문장은 쉽지만 깨달음을 주기에 그의 사색이 얼마나 깊은가? 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저자에게서 배워야 할 소중한 가치와 독서의 기술이다.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 그리고 내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죽음이 임박해서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있다.’(이북 143쪽) 

이 책의 결론으로 좋을 것 같다.     


저자의 이 말에 대하여 누구나 공감하고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삶은 이렇게 단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갈지자걸음을 한다. 이제는 삶의 시각을 좁혀야 한다. 이것저것 챙기며 기웃거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무엇을 이루기 위한 다짐, 꿈은 거창한 구호에 불과하다. 삶은 작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을 추구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감동하고, 누군가 좋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숲길을 산책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우아하게 마시며 “행복해!”라고 고백하는 삶에 만족한다면 잘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삶은 외적인 풍성함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간다. 그 삶을 사랑해야지.


배경음악은 


"Zorba the Greek" 

ShakallisDance2019/Just Dance 입니다.


   https://youtu.be/f16cwfdSu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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