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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Aug 22. 2023

사랑, 상처를 싸매주기에 아름답다.

영화 '더 럭키 원' 리뷰

10대들이나 볼 영화 ‘하이 스쿨 뮤지컬’를 보고 잭 에프론(Zac Efron)이란 배우를 알게 되었다. 
가끔 유치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작품성이 떨어지는 10대들을 위한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자신의 지나온 젊음을 생각할 때다. 누구나 삶을 돌아보면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있는데 영화가 그 마음을 대변해 줄 때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잭 에프론은 누가 봐도 잘생긴 배우다. 내 젊음과 함께 한 미남배우의 계보를 이어 보면 알랭 드롱에서 시작해 로버트 레드포드, 리처드 기어, 브레드 피트로 이어지는데 마지막으로 잭 에프론을 집어넣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여하튼 잘 생긴 배우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가 ‘세인트 클라우드’를 관람하며 성년이 된 그의 매력을 볼 수 있었다. 배우의 연기성숙은 내면연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 동생을 잃은 아픔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 한 여자를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연기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아련한 마음이 일었다.  



우연히 ‘더 럭키 원’이라는 영화를 인터넷에서 발견했고 잭 에프론이 주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네이버에서 영화를 구입했다. 로맨스 영화의 특징은 뻔한 스토리(운명적인 사랑)에 몇 가지 양념을 치고 누가 봐도 예쁜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공감될 때 감동이라고 말한다. ‘더 럭키 원’도 그런 부류의 영화다. 남녀 주인공은 둘 다 상처를 가지고 있고 두 사람의 만남은 사랑으로 발전되면서 치유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렇게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가슴이 뭉클한 것은 영화의 전면에 흐르는 사랑의 힘 때문이다. 남녀 주인공은 극히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보여준 사랑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기에 가슴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관객들은 그 사랑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손수건을 적신 채 영화관을 나선다. 



'더 럭키 원'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가을의 호수를 원경으로 작은 배가 떠가는 모습을 보여 주며 로건(잭 에프론)의 독백으로 시작이 된다. 

“가장 작은 것에도 인생은 변화될 수 있다. 생각도 못한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우연히 일어나 계획하지 않은 항로로, 상상 못 할 미래로 우리를 이끈다. 목적지가 어디냐? 고 그걸 찾는 게 인생이다. 빛을 찾는 과정. 하지만 빛을 찾으려면 가끔 깊은 어둠 속을 헤매야 한다” 

주인공의 독백 속에 영화의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이라크 전쟁에 해병대원으로 참전한 로건은 우연히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것을 줍기 위해 몇 걸음 옮기는 순간 포탄이 떨어진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즉사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주운 사진 속에는 금발의 여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때부터 그녀는 로건의 마음에 안식처로 자리 잡는다. 제대한 로건은 누나의 집에서 기거하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불안과 공격적인 성격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여인이 살고있는 것으로 보이는 등대가 루지애나주에 있다는 것을 알고 로건은 무작정 그녀를 찾아 떠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새벽안개가 끼어 몽롱한 길을 애견 제우스와 함께 밤새워 걷는다. 안개를 뚫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고, 등 뒤로 비치는 햇살은 로건이 가는 길을 비취는 희망의 상징처럼 보인다. 이때부터 영화는 시골의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가을배경을 기록영화처럼 보여주는데 나지막히 들리는 배경음악이 풍경을 빛나게 해준다. 

루지애나까지 걸어서 도착한 로건 앞에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는 리버등대가 보이고 그 앞으로 작은 배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사진 속의 여인을 보여주며 마을 주민들에게 그녀의 소재를 묻자 그녀의 이름은 베스 그린(테일러 쉴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마을에서 이름난 미인이고 지금은 마을의 외곽에서 애견 훈련소를 운영하곻 있다. ‘그린 케널 애견 훈련소’ 이 영화의 배경인데 가을의 단풍이 절정이다. 드디어 로건은 베스를 만난다. 흰 블라우스에 짧은 핫팬츠를 입은 그녀는 매력적이고 미소는 눈부시다. 베스는 어린 시절 마을의 판사 아들과 결혼해 일찍 아들을 낳았지만 남편의 바람기로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혼녀다.



25살의 멋진 청년은 전쟁의 후유증이라는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눈부신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인은 이혼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을 열며 사랑으로 발전하고 이것을 본 전남편은 질투에 눈이 멀어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데 이 영화의 약점은 밋밋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다. 반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약간의 갈등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매력은 로맨스 영화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름다운 자연, 순수한 사랑의 힘,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 그리고 배경음악이다.  극장에서 봤다면 더 평점이 좋을 것 같은 영화. 특히 남자의 계절이라는 가을. 벌써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면 이런 영화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멋지다. 가슴이 메마른 날, 로맨스 영화는 가을비처럼 마음을 촉촉이 적시지 않을까?(지금 비 온다 ㅎ)

그 유명한 ‘사랑과 영혼’의 한 장면처럼 사랑 영화는 미장센의 힘이 절대적인데 ‘더 럭키 원’도 두 남녀의 사랑을 직접적이지 않은 예쁜 화면으로 포장하고 있다. 격정적인 사랑의 표현이 후반부에 꽤 등장을 하는데 남녀 주인공의 얼굴 표정에서, 아니면 롱컷으로, 때로는 주인공의 얼굴이나 몸매를 근접 촬영한 장면이 천박하지 않다. 격정적인 사랑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 사랑을 상상으로 이해시키려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벌써 마음에 쓸쓸한 가을이 찾아왔다면, 사랑 노래 하나쯤 흥얼거리고 싶고, 가슴 떨리고 싶다면 이 영화 대리만족으로 괜찮다. 


배경음악은 

'The lucky one' ost 중에서 

Brandi Carlile의 'The Story, 입니다. 


https://youtu.be/ABxwiwMPp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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