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재택이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은 아내를 위해 밥 한 끼 해주고 싶은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해본 적이 거의 없지만, 돼지고기찌개는 몇 번 끓여 본 경험이 있기에 돼지고기 한 근, 청양고추, 두부, 맥주 등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무엇인가 하면 꼭 티를 내는 나의 호들갑 ㅎㅎ
”마눌님 오늘은 당신을 위해 내가 돼지고기찌개 맛있게 만들어줄게.“
수십 년 함께 살았기에 ”저 인간 믿을 수 있을까?“란 눈치지만
난 인류의 스승이신 네이버를 검색해 ‘돼지고기 맛있게 끓이는 법’ 레시피를 찾아 놓았다.
혼자 있으면 냄비에 물 집어넣고 물이 끓으면 돼지고기, 김치 등을 동시에 집어넣고 맛있다고 먹었지만, 오늘은 그래도 아내에게 바치는 음식인지라 정성을 다하기로 했다. 검은콩을 좋아하는데 불리지 않아 잡곡만 넣고 씻어낸 후 우선 압력밥솥에 밥을 한다.
레시피에 보니까 김치를 프라이팬에 넣고 볶으란다. 아! 귀차니즘이 발동하지만, 열심히 볶았다. 그것뿐인가? 이번에는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로 볶으라고 한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아 냄비에 넣어두고 양념장을 만들기로 했다. 고춧가루, 후추, 마늘, 고추, 간장, 대파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두부, 양파도 썰어서 준비해놓았다. 이번 요리의 하이라이트는 오뚜기 사골곰탕이다. 이 육수를 집어넣어야 국물 맛이 끝내준다고 한다.
난 라면수프 집어넣으면 맛이 확 달라지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신조는 ”모든 요리의 완성은 라면수프로!!“인데 ㅎ
돼지고기와 김치를 넣고 끓인 후 두부, 양파, 양념장을 투하하고 다시 끊이니 맛있는 냄새가 코끝에 다다른다. 식탁을 차렸는데 돼지고기와 밥뿐이라 너무 단출하기에 맥주 두 캔을 준비했다. 아내가 웃으며 밑반찬 몇 가지를 꺼내 놓으니까 모양이 괜찮다.
마눌님이 찌개를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순간 두려움
”이 인간, 이것을 빌미로 매일 요리하라는 건 아니겠지“ ㅎㅎ
개도 귀염받는 것을 알고 살살거리는데 요즘 나의 태도가 아내에게 통했는지 대하는 모습이 훨 부드러워졌다. 위층에 사는 아줌마가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며 아내는 남의 일이 아니라며 안쓰러워한다.
”그래 앞일이야 어떻게 알겠어. 사는 날까지 지금처럼 행복하면 되지“
기분이 좋은지
”4월에 제주도 갈까? 근데 당신 한라산 오를 수 있겠어?“
”자동차 타고 가면 되는데 뭐가 힘들겠어?“
”여행 가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톨스토이는 ‘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사람은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남을 더 많이 사랑할 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것. 예쁘게 나이 드는 방법이다.
누군가를 부족함이 없이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인격이 자라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색으로 물들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처럼 나의 마음도 예뻐짐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다. 가을이니까!!
배경음악은 '키스로 봉한 편지'
입니다.
https://youtu.be/lLOqeZD8cq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