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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Jul 04. 2024

잘 물든 단풍 한 장

법륜 - 인생수업 리뷰

젊었을 때는 지식으로부터 배우지만 나이 들수록 경험으로부터 얻은 진리를 소중히 여긴다. 지혜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큰 문제를 만났을 때 값비싼 수험료를 지불하고 배웠다고 말한다.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면 ‘인생수업’은 두 잔 정도의 커피 값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것을 보면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20대는 청춘이기에 아프고, 노년은 준비되지 못한 노후 때문에 불안하다. 아니 10대, 30대, 40대 등 모든 인생은 행복을 꿈꾸지만 날아가 버린 파랑새처럼 손에 잡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인생의 지침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은 제목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행복은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너만의 삶을 살아라,

욕망을 내려놓아라’ 등


내적인 것에서 찾는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 이런 답은 무난하지만 식상한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실과 많은 괴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륜 스님의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스님이라는 것에 있었다. 세속을 떠난 스님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떤지? 그리고 중생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알고 싶었다.


이 세상의 문제를 진단하는 스님의 눈은 정확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했다. 법정, 혜민(가여운 중생으로 변함), 법륜 스님 등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기에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거부반응이 별로 없다. 교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보편적인 문제를 말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방식을 좋아한다. 법륜 스님도 이 방법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는 문장은 나이 먹는 인생에 대해 탁월한 해석을 하고 있기에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었어”


이 말은 노년을 향해 가는 친구들이 자조적으로 자신의 아픔을 토로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문장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을 보며 잘못 살아온 인생에 대한 탄식이 있는데, 이것을 스님은 마음의 문제로 보고 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인생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찾아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항상 봄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스님은 그 괴로움의 원인을 간과한 것 같다.


‘잘 물든 단풍’이라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단풍은 빨강, 노랑 등 색깔도 여러 가지고 모양도 다양하다. 누구나 어렸을 때 책갈피에 곱게 말렸던 단풍은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완전했다. 그렇지 않으면 단풍을 책 속에 넣어 수집할 이유가 없다. 인생의 갈등이 여기에 있다. 왠지 자신은 잘 물든 단풍이 아니란 부정적인 생각이 삶을 아프게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까?

"당신은 잘 물든 단풍이 돼 가는 중이라고 ……."


그래서일까?

스님은 “왜 사는가?”


에 대해 자꾸 묻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흐르기 쉽고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결국 주어진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즐거워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은 인생의 지침을 다룬 책에서는 기본적인 교훈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고 그 인생을 행복하게 할 책임도 권리도 본인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 등의 교훈이 쭉 이어지며 스님이 상담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가슴이 메말라지는 것은 삶은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인생의 행복은 시작된다. 이것은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이고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승화시켜야 한다. 이 싸움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프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의 위로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싸워야 하는 것이기에.......


‘인생수업’ 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젊었을 때는 누구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우정을 맹세하기도 하고 영원한 사랑에 목말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홀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스님의 말처럼 혼자 있어도 좋고 같이 있어도 좋은 성숙된 삶이 필요하기에 커튼을 내리고 햇빛을 차단한다. 참다운 인생수업은 동안거에 들어가는 스님처럼 극도의 고독과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다. 인생은 때로 상대방의 위로나 격려, 어깨 빌려줌도 있어야 하지만 인생수업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기에 달콤한 격려보다는 황량한 사막 속에서 생명을 부지하는 맹수의 야성이나 거친 파도를 뚫고 항해하는 범선의 처절한 사투가 있어야 한다. 인생수업은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득하며 배워야 하는 것을 뒤늦게 알기 때문이다.


배경 음악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입니다.


Nana Mouskouri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 나나 무스쿠리)


https://youtu.be/Cw23vYfkOZ0?si=yT6n13j1asdP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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