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행복

원시적인 방법으로 생두 로스팅하기

by 이세일


좋아하는 것 몇 가지는 분명히 가지고 있다.
책과 영화, 음악, 커피 등은 일상에서 나만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불필요한 것에 대해 한눈팔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되도록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
“내가 바라는 삶과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가?” 를 생각해본다.

이때 필요한 것이 커피 한잔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 믹스도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트렌드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나만의 것이 소중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강릉 안목해변으로 떠나기도 하고 커피숍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도 본인만의 멋이기에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도 그중의 한 부류이기에 커피는 맛보다 향에 더 치중하는 편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드립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삶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좋아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원두의 종류도 20가지가 훨 넘기에 자신의 취향을 따라 커피를 선택할 수 있다.

“골라 먹는 맛”

이것이 삶의 풍요로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카페에서 5천 원 이상을 주고 먹는 커피도 좋지만, 집에 앉아 나만의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마시는 커피는 분위기론 최고다. 그러기에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 봉지를 열었을 때 품어져 나오는 향을 맡으면 하루의 삶을 작은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



얼마 전 커피가 떨어진 것을 알고 주문을 했다. 원두값도 꽤 올랐지만 "그 정도는 투자해야지?"란 생각으로 조금 비싼 것을 선택했다. 케냐 키암브AA다. 아프리카 커피의 특징은 과일 향과 신맛에 있다. 아직 향을 구분할 정도의 실력은 안 되지만 지식적으로 해마에 저장해놓는다. 과감하게 결제했고 이틀 만에 도착했다.
분명 1kg을 주문했는데 양이 적은 것 같아. 다시 한번 주문서를 살펴봤는데 1kg 배송이 맞다. 가위로 입구를 자르고 산화방지를 위해 밀폐용기에 쏟았는데

“이럴 수가”

짙은 밤색으로 로스팅된 원두가 아니라 초록색 생두가 쏟아진다. 순간적으로
“이 사람들 장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란 짜증이 일어났다. 주문서를 확인했더니 이 어리석은 사람이 생두를 주문한 것이다.


“바보 아냐?” ㅠ



개봉했으니 반품할 수도 없고 망설이다가 생두를 볶기로 했다. 혹시 연기로 인해 화재감식기가 작동할 것 같아 떼어내고 프라이팬에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열이 된 것 같아. 생두를 집어넣고 볶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이 과정이 재미있었는데 회의가 든다.
미세먼지 걱정, 프라이팬 망가트려 마눌님에게 혼나지 않을까?
(발각되면 며칠 동안 사는 것이 힘들다)
커피를 볶으면 먼지와 함께 커피 껍질이 온 집안을 날아다니고, 주방은 껍질로 인해 새카맣게 변하고 만다.

몇 살 더 나이 먹었다고 싫어지는 일들이 있다. 예전에 커피를 볶으면 미세먼지보다 그 향에 취하곤 했는데, 그 무더운 여름.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방울도 좋았는데 이제는 싫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놀랐다. 커피를 볶는 일이 시간 낭비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볶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1KG 이면 4번 정도 볶아야 하는데 한 번으로 끝내고 말았다. 나머지는 버리던지, 아님. 마음이 변하면 다시 하기로 하고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두를 식히기 위해 창가에 내놓았던 것을 만져보니까 아직 온기가 남아있지만, 수동 그라인더에 넣고 갈았다.



한 시간 정도에 걸쳐 커피 한잔이 완성되었다. 입 안에 넣고 혀를 굴려 맛을 느끼는데, 신맛이 좋다.
그래, 고생했지만 결과물이 나쁘지 않네

하루에 40잔의 커피를 마셨다는 볼테르
소설가 발자크가 마신 커피는 무려 5만 잔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카페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베토벤은 아침마다 정확히 60알의 원두를 세어 커피를 추출해 마셨다고 한다. 성질대로 간다는 말 맞다.
"아, 이제 이제는 커피잔을 들 수 없구나."
죽음을 앞둔 루소의 마지막 말이라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뭔가 자신의 분야에서 이룬 것이 있는데
“난 뭥미?”

커피를 열심히 마시면 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커피 한잔이 자신에게 주는 삶의 기대, 소망, 즐거움, 행복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신다.!!

배경 음악은


커피향처럼 달콤하고 예쁜

Katie Melua의 'The Closest Thing To Crazy' 입니다.



https://youtu.be/C-BnRZ52j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