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주는 선물

기록하자

by 이세일

작년의 마지막 날인 31일과 새해의 처음 날인 1일에는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은 사라졌지만 (보신각 종소리를 듣거나, 동해로 해맞이를 한다는 둥) 뭔가 새로워지고 싶은 갈망은 있다.

삶을 기록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가장 소중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기록(기억)할 수 있을까?”

이 길을 개척한 젊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깨달음과 감동이 있다. 줄을 치고, 문장을 곱씹으며 하루를 어떻게 의미 있는 삶으로 기록할 것인가?를 고민한 삶에 공감하기에 자신도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 점검한다.

“잘했어”라며 자신을 격려하는 날도 있고

아쉬움으로 남는 날도 있다.


작년에 가장 잘한 일은 7줄의 짧은 일기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상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느낌이나 생각보다는 메모에 가까운 글이지만 추억을 회상할 수 있기에 미소를 짓는다.

잘 쓰는 글이 아니라 많이 쓰고 싶다.

“대우주에 흔적 하나라도 남기지 않을 거면 무엇하러 태어났는가?”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그의 생애를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반면 내 삶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지기에 남길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티끌처럼 사라진 삶도 기록이 된다면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어쩌면 삶을 마감하는 날,

자신이 기록한 삶을 가슴에 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31일

필기도구를 점검했다.

만년필이 10자루를 넘고 샤프와 볼펜, 중성펜 등도 수십 자루가 된다. 남들이 볼 때는 똘끼로 보겠지만 자신에게는 취향이다. 예쁜 샤프 한 자루로 하루가 즐겁다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자신만의 행복이다.

만년필은 잉크가 다 말랐기에 양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세면대에서 씻어내고 새로운 잉크로 충전을 했다. 점심시간을 훨씬 지났기에 배도 고팠지만 이런 날은 점심 한 끼 굶어도 상관없다.

원색이 예쁜 필통에 필기도구를 채워놓았다.

하루의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새해가 주는 축복이다.


첫날이기에 아침을 먹고 둘레길을 걸었다. 매일매일의 루틴 중 하나이기에 싫어도 억지로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보다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둘레길을 걸을 때 비행기가 지나간다. 핸드폰을 꺼내 찍었다.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무성하게 떨어진 낙엽길을 걷는 것이다.

자연을 사색하며 걷는 철학자는 못되지만, 니체를, 칸트를 생각할 수 있다.

그와 함께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느낌을

경험을

생각을

기록하자

새해가 주는 선물이다.


https://youtu.be/ddLd0QRf7Vg?si=vbDA0xBPg6bIei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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