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욕망의 수원지는 도서관

김포교육도서관을 찾아서

by 이세일

퇴근길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린다.
강아지처럼 눈을 맞으며 좋아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자꾸 면적이 줄어드는 모발 생각에 준비해 놓은 우산을 쓰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주일이기에 역은 한가했지만, 두 손을 마주 잡고 걷는 몇 명의 커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저 친구들에게 종묘 데이트를 추천해 주고 싶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정전의 고요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100미터만 걸으면 되는데 ㅎㅎ

나이 때문에 눈은 맞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며 즐기는 것이 되고 말았다.

어제, 아들이 집으로 친구들을 데려왔기에 집에 일찍 들어갈 수가 없다.
스타벅스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
계획한 대로 집 앞에 있는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빠드득” 소리 때문에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고 즐겁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동요까지 흥얼거리며 김포 교육도서관에 도착했다.
집을 옮기면서 감사한 것이 있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사하는 곳마다 도서관이 있었다. 고척동에 살 때는 고척 도서관과 공원이 바로 앞에 있었기에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렸다. 직장 근처에는 정독 도서관, 공예박물관 도서관, 노인 전용 도서관 등이 있기에 가끔 들려 책을 읽기도 하며 자신의 최애 공간으로 삼고 있다.


집 앞에도 도서관이 있다니
“평생을 책과 함께 사는 것을 운명적으로 받아 들어야 하나?” ㅎㅎ

우산을 털고 안내석 앞으로 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사서분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노인네니까 인터넷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리라 생각하신 모양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신상을 입력하는데 이미 회원 가입이 되어있다. 어리석은 기억력 ㅎㅎ

(1인석 열람자리)

회원증까지 발급받고 3층에 있는 어울림 자료실로 입장을 했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마르지 않았을 정도로 모든 것이 정결하다. 규모가 크지 않기에 열람석도 20 좌석이 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데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1인석 공간을 특색 있게 만들어 놓았다. 노트북을 켜 놓고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도 있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발을 쭉 펴고 편안하게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 공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텀블러에 커피를 가득 담아 마시며 하루 종일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치된 책은 수천 권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도서관이지만 사우동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고양시에서 작은 도서관을 없애겠다는 구청장의 횡포로 동네 주민들의 원성을 산 뉴스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다. 어리석은 관료의 생각이다.

문화센터, 도서관, 작은 체육관 등은 마을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하드웨어가 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정신, 육체, 예술이 한 단계 도약할 때 얻는 삶의 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많은 눈이 내림에도 한 두 분씩 사람이 이용객이 늘어나더니 정오가 되었을 때는 열람석이 거의 찼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중고등학생 학생과, 20대로 보이는 여성 직장인, 중년의 아저씨, 노년의 할머니 등 다양한 계층이 공부하며 책을 읽고 있다. 보기 좋은 풍경이다.



회원증을 발급받았기에 책 3권을 대출했다.
강원국, 이어령, 장석주 작가의 책이다. 이어령 교수님은 이제 책으로만 볼 수 있기에 책 장을 넘기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주었던 감동을 기억했다. 유럽 최초의 여행기를 읽었는데 얼마나 감격이 되었는지 그날 밤 꿈에 스위스의 풍경이 천연색으로 보였다. 독서가 가져다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집에도 읽을 책이 수없이 많지만, 대여한 책은 2주라는 기간이 있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읽어야 한다. 쉬는 날은 집보다 도서관으로 출근해야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며 언덕길을 오른다.

황보람 작가는 ‘매일 읽겠습니다’. 에서 이렇게 말한다.
‘책이 두꺼울수록 지적 욕망은 더 자극받는다. 책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 읽은 내용도 가물거리는데 앞으로 읽을 내용은 더 많고, 왠지 시간은 평소보다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고, 그런데도 이 행위 자체가 나를 조금은 지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 주기에 독서를 멈추지 않는다. 두툼한 책을 다 읽고 책상에서 일어날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방금 넘은 산이 험난하고도 높은 산일 때 느껴지는 이 뿌듯함이 좋아 나는 힘겹게 산을 오르곤 했다.’

지적 욕망은
갈수록 커지고, 내면은 햇빛을 받아 빛나는 해변의 몽글몽글한 돌처럼 반짝인다면 행복이다.

https://youtu.be/qCwLbI1IMog?si=t8BrPf5-Va5TXG4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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