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아련함으로 남아있는 것

영화 '월플라워' 리뷰

by 이세일

'맑은 사랑이 있었다. 까닭모를 그리움이, 미움이, 원망이, 눈물은 없었던가. 한숨은, 영원한 것은 없는가. 안타까움에 날밤을 새던, 뒤돌아보면 아득한데 사랑은 어디서 왔나‘ 그 솟아나던 그리움은,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라.'

- 박남준 시인의 ‘청춘’ -

시인의 노래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청춘은 세월이 흐를수록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서툴렀던 첫사랑의 아픔,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앞날을 알 수 없었던 불안감 때문에 술이 친구가 되었던 시절은 나이가 지긋해질수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처럼 누군들 그 시기를 지나며 아프지 않은 젊음이 있었을까? 가끔 지나간 젊음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즐거움이다.

영화 ‘월플라워’
엠마 왓슨 이라는 어리고 예쁜 배우의 이름과 성장영화라는 정보만 가지고도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젊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순수와 우정,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괜찮은 청춘영화는 마치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착각을 하며 잠깐 동안 비현실의 세계를 즐길 수 있기에 자신을 젊어지게 한다. 영화는 199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젊음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방황, 사랑 등은 변하지 않기에 시대적 배경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 등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첫 장면은 그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결정되기에 긴장감을 가지고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



검은 화면을 바탕으로 이제는 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타자 치는 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시작된다. 라이트를 킨 자동차가 깜깜한 다리를 지나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배경음악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정적인 어쿠스틱 반주에 맞추어 The Samples의 ‘Coud it be another change’가 흐르는데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보여준다. 청춘은 어두움을 빠져 나올 때 비로소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된다. 내일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찰리(로건 레먼)는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1,385일이나 남은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늦은 시간까지 편지를 쓴다. 그는 범생이고 매사에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왕따를 당하며 학교생활을 보냈다. 이것 때문에 고등학교 학교생활도 두렵다. 아니나 다를까? 등교한 첫날 그는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가 없기에 혼자 쓸쓸히 밥을 먹는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졸업반임에도 불구하고 과목낙제를 했기에 자신과 함께 수업을 듣는 패트릭(에즈라 밀러)을 만난 것이다. 학교대항 풋볼 경기를 관람하던 중 찰리는 옆 좌석에 앉은 패트릭과 인사를 하고 그의 이복동생인 샘(엠마 왓슨)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예쁜 외모와 발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스미스 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지고 찰리는 그녀에 대한 연정을 갖는다. 패트릭과 샘과 어울리며 찰리의 얼굴은 밝아지고 드디어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의 꿈도 이야기한다.



월플라워’이 단어의 뜻은 무도회에서 함께 춤출 상대가 없어 벽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찰리가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그가 패트릭과 샘 때문에 플로어 안으로 들어가 함께 춤을 추며 어울릴 수 있을 만큼 변한다. 어렸을 때 자신을 너무 예뻐했던 이모의 죽음과 친한 친구 토머스의 자살로 인해 누구보다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찰리는 패트릭과 샘을 만나며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며 서서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상처는 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가벼운 농담을 통해 친구를 즐겁게 하고 근심 걱정이 없어 보였던 패트릭은 동성애자였다.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패트릭도 위로가 필요했고 누군가 그를 보듬어 주어야했다. 빛나는 외모와 발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샘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패트릭의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선물교환을 하는데 샘은 찰리를 위해 타자기를 선물로 준비한다.

“우리에 대해서 써”
“그래!”


이때 샘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담담히 말한다. 11살 때부터 아빠의 상사에 의해서 성폭행을 당했던 아픔을 고백하는 샘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한 번도 이성과 키스를 해보지 않았던 찰리에게 샘은

“난 네가 처음으로 키스하는 사람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라며 찰리에게 다가간다. 가슴 떨리는 첫 키스!!



아픔이 없는 청춘이 있을까?
누구나 그 시절에는 부모와의 갈등, 서툰 사랑, 불안한 미래 등으로 인해 아팠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면 마치 사자들이 모여 앉아 서로 상대방의 상처를 핥아주며 치유하듯이 찰리와 패트릭, 샘은 어느덧 상대방의 상처를 싸매어주며 자신이 치유되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혼자였으면 아직도 아팠을 그들이 아픔을 공유하고 나눔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인격체로 바뀐다. 엔딩장면에 흐르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Heroes'는 이 영화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최초로 고백했던 그의 노래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I
I will be king
And you
You will be queen
Though nothing
Will drive them away
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
We can beat them
Just for one day

난,
난 왕이 될 거야
그리고 넌,
넌 여왕이 될 거고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우린 해낼 수 있어
우린 주인공이 될 수 있어
단 하루밖에 안되지만
우린 최고가 될 수 있어



스스로를 불량품쯤으로 생각했던 세 사람이 왕과 여왕이 되는 꿈을 갖고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청춘의 힘이다. 이 영화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카가 생각이 났다. OTT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꼭 동생 부부와 조카들과 함께 보며 감상평을 나누고 싶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잔소리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그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 그것이 꼭 조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리라. 아직도 자신의 삶에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삶을 성실히 살아간다면 왕은 아니더라도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사람은 죽는 그날까지 생명이 붙어있는 한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은

월플라워 OST 중에서 David Bowie 의 ' Heroes' 입니다.

https://youtu.be/CnBkJA6Z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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