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일 Dec 12. 2022

홀로 도는 팽이처럼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리뷰

강신주가 쓴 수많은 책 가운데 이 책을 두 번째로 읽는 것을 감사한다.
왜냐하면 강신주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일상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철학자에 대한 선입견은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탐구하기에 대중들과 소통하기 어렵고 그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이 틀을 깬 사람이다. 길거리의 철학자, 통섭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 것 같다. 인터뷰 집은 개인에 대한 심층탐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공개되기 마련이다. 물론 일방적인 찬양을 하며 권력이나 돈의 개가 되어 진실과 멀어지고 개인을 찬양한 인터뷰 집도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터뷰어 지승호는 강신주란 인물에 대해 낱낱이 까발리며 그의 실체를 드러낸다. 또한 인터뷰이 강신주도 자신에 대해 일점의 속임도 없이 자유분방한 자세로 내면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받아들이기에 거북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기독교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나, 동거를 결혼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걸러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승호는 강신주의 이런 태도에 대해 돌직구를 던지고 아는 척하지 않고 중요한 것만 이야기하는 화법을 즐긴다고 말한다.

원칙에 어긋난 사람에게 대해서는 쌍욕도 서슴지 않는데 이 책 속에서 강신주의 돌직구를 맞고 신음하는 사람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과 이건희, 공자, 교수 등 많은 사람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유는 권위, 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이 사회를 좀 더 아름답고 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의 외침이기에 수긍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도 강신주가 던지는 돌직구에 맞아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쾌감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학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이 사회의 잘못을 질타하고 썩어있는 곳을 도려내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든다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하나 강신주는 자신에 대해 깨알 같은 자랑을 한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교수들은 학생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기 승진을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실태를 보며 자신은 직구 승부를 하며 정면으로 부딪쳤고 결국은 거리의 철학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자신감과 자긍심은 배울 만하다. 결국 그가 대중들의 관심사가 된 철학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실력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자랑이 밉지 않다. 그것은 원칙을 말하는 사람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그의 학문적인 깊이는 모르겠지만 강신주는 다방면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동양철학을 전공했지만 서양철학에 대해서도 박식하고 문학, 글쓰기, 책 읽기 등에 대해서 거침없는 생각들을 털어놓는다. 전문가들이 강신주의 책을 보면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될 것 같은데 과연 만리장성처럼 넓은 그의 학문세계가 누구에 의해 침략당하고 무너질 것인가?라는 기대감도 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치열한 사투를 모른다면 그 책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 못할 수도 있다. 지승호는 코피가 나면서까지 밤을 새워 자신의 인터뷰에 응해준 강신주에 대해 감사하고 강신주는 이 책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지승호가 주인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책이라고 편 가르는 것보다는 두 사람의 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그들은 밤을 새우다 시피하며 50시간 정도를 녹취했고 약 4500매 정도의 초벌 원고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편집 과정. 이것만 보더라도 쉬운 작업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이 책에서 강신주는 어떤 주장을 하고 있나?
강신주가 뜨겁게 강조하는 것은 인문학은 고유명사의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김수영의 시를 인문학의 원형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김수영의 시 속에서 ‘팽이가 돈다’라는 연을 통해 모든 팽이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제 스타일로 돌아야 하고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도는 그때 민주주의는 완성되고 그렇게 되면 시인이 철학자가 불필요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상주의에 가까운 생각이겠지만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삶의 방식은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화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인문학은 강신주에 있어서 자신만의 몸짓으로 살아가겠다는 의미를 관철시키는 것이기에 스스로 돌고 도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유정신을 꽃피우는 것이 인문학 정신인데 권위와 권력과 물질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색깔로 도는 것을 방해한다. 여기에 강신주의 저항정신이 있다. 그러기에 그는 그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일반인들이 그의 글을 읽으며 통쾌함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그의 저항정신이 지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사랑과 자유다. 그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물질주의를 극복하고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사는 삶을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가 사랑이 없는 이유는 가면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를 사랑하려거나 사랑받으려면 가면을 벗어야 하고 이때 비로소 인간관계는 시작이 된다.
한 사람의 사상을 책 한 권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강신주가 지향하는 가치와 왜? 우리에게 저항 정신이 필요한지 알게 된 것은 이 책의 가치다. 내가 있는 곳에서 혼자라도 팽이처럼 돌아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겁이 많다. 읽지는 않았지만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대치동'이라는 긴 제목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는데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부동산과 교육은 서로를 견인하며 강남의 가치를 높였다. ‘강남 8 학군’은 교육열 높은 부모들을 강남으로 끌어들였다. “교육열 충만한 부모들은 강남으로 이주하며 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과 계급을 업그레이드했다. … 후세의 계급 상승을 위해 노력한 부모들은 현세에서 구원받았으니 이보다 호소력 있는 신화와 종교는 일찍이 없었다.'(조장훈) 

부동산을 잡은 사람은 성공의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고, 현명하게 그 돈을 바탕으로 신분과 계급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어 정치, 경제, 권력을 잡고 우리 시대를 흔들고 있다. 책이라는 정신적인 가치를 따랐다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속물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라고 말했지만 강신주는 ‘책은 팽이다’라고 말한다둘 사이의 공통점은 자신을 깨트리는 데 있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며 의식이 자신을 지배할 때 인간은 스스로 돌 수 있을 것이다. 출간된 강신주의 여러 책 보다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의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삶의 가치란 생각을 한다. 잊지 말자.

나는 지금 있는 곳에서 나 홀로 돌고 있는가?


배경음악은 

손열음 (Yeol Eum Son) :: F. 리스트 - '사랑의 꿈' 3번입니다

https://youtu.be/g6IHZOS--bY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엔 슬픈 영화 음악을 듣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