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처럼 살고 싶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리뷰

by 이세일

수십 년 지속된 습관 가운데 하나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순에 종이질이 좋고 디자인이 화려한 신년도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Play Again’이라고 다이어리 속지에 크게 써넣지만 이젠 낡은 구호가 되어버려 식상한 지 오래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수없이 많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낡은 습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올해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며 각성을 얻는다.


영상의 힘은 문자보다 강하다. 그러기에 좋은 영화는 짧은 깨닮음을 주고 주인공과 동일시되는 삶을 꿈꾼다. 문제는 그 힘이 작심삼일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삶을 계도하는 자료로 사용된다. 이 영화의 몇 장면을 PPT로 사용한다면 청중들에게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교훈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터와 같이 착하고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을 절반 넘게 살아온 중장년이라면 월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게 하는데 영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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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착하게 42살의 삶을 살아온 월터(벤 스틸러)는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없는 인물이다. 잘하는 것도, 가본 것도 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고 있다. 아! 그가 잘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상상이다. 소시민의 특징 중 하나가 현실에서 만나는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상상 속에서 다윗이 되는 것이다. 월터도 자신이 무기력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하면 즉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는 영웅이 되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의 도입부가 시작될 때 월터란 인물에 쉽게 공감한 것도 월터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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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셰릴(크리스틴 위그)이다. 그녀는 라이프 잡지사에 들어온 지 한 달 밖에 안 되는 신입사원인데 그녀가 월터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E-harmony에 가입되어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서 ‘wink’(좋아요 쯤) 하나 클릭하는 것도 망설이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셰릴로부터 시작해 월터의 삶을 흔드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라이프 잡지사는 경영 악화로 인해 회사의 경영권이 넘어가고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이 회사에 새로운 경영진으로 파송된 테드(아담 스콧)는 설정이겠지만 맹하고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정말 밉상이다. 월터와의 첫 만남부터 갈등이 시작되는데 ‘라이프’지의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작가 션 오코넬(숀 펜)이 보낸 사진이 사라진 것이다. 당장 이 사진을 찾지 못하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월터는 션 오코넬을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월터는 지질한 소시민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용사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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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러 언제나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션 오코넬의 행방을 아는 것은 해변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지만 그는 모험을 시작한다. 숀 오코넬이 함께 보낸 사진의 배경을 통해 월터는 그가 그린란드에 있을 것이라 믿고 비행기에 오른다. 이때부터 영화는 퍼즐 맞추기처럼 전개가 되고 핵심은 “과연 잃어버린 25번째의 사진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까지 그를 찾아 헤맸지만 숀은 보이지 않는다. 이때 벤 스틸러 감독(주연과 감독의 1인 2역)은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탄성이 터질 정도로 아름답게 잡아낸다. 빙산이 떠 있는 바다,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원색의 집들, 그리고 연두색과 황금색의 들판 등을 보며 어느덧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월터 앞에 춤추는 것처럼 떼를 지어 이동하는 철새들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은 웃음 짓는 셰릴로 바뀐다. 정신줄 놓은 월터는 그만 길가에 새워진 안전사고 표시판을 들이받고 길 밑으로 떨어진다.(순간 웃음. 그러나 가슴이 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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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곳에 숀이 없었기에 월터는 다시 아프가니스탄의 히말라야 산맥으로 향한다. 오직 흰 눈만으로 만든 풍경을 롱테이크로 잡으며 ‘I am Alone’이라는 자막이 새겨질 때 가슴이 찡하다. 인생은 어느 순간부터는 홀로 가야 한다 한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히말라야 산맥에서 표범을 촬영하고 있던 숀을 만난다. 그리고 뉴욕으로 돌아온 월터는 변했다. 그는 상상 속에만 힘을 발휘하는 다윗이 아니라 능히 월터로 인생의 파고를 이겨나갈 수 있게 되었다. 밉상인 경영자 테드와의 관계, 셰릴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25번 필름의 정체는 무엇인지, 이런 궁금증들이 결말에서 해소된다.


이 영화를 보며 가슴이 찡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배경음악이다. 특히 ‘Space Oddity’은 David Bowie 가 원곡이지만 영화 속에서 셰릴이 월터를 위해 부르는데 담백하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참 좋다. 이 영화를 감독했고 주연 월터 역을 맡은 벤 스틸러는 '이 영화의 중심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나는 ‘월터’가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는데 모처럼 영화 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감정이입이 잘 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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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 Life 잡지의 모토-


라이프지의 모토는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2023년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올해는 자신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로 한 해를 시작할 것이다. 이제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삶의 계획을 써 내려가는 것보다는 이 영화를 가슴에 각인시키고 장애물을 뛰어넘고 싶다. 마치 월터처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소개 영상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https://youtu.be/HVv4lQ7jJ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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