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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Feb 03. 2023

똘끼로 전해지는 행복

언박싱의 즐거움

우리 나이에 (unboxing)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면 그는 분명 쇼핑 중독자일 가능성이 큰 친구다. 모르는 벗을 위해 설명하면 “택배로 배달된 박스를 개봉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수십 년 이어진 나의 구매 이력을 보면 대단하고 화려하다 ㅎㅎ
하다못해 수박도 인터넷에서 구입하고 수많은 책도 교보나 YES24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를 한다. 책을 보관할 공간이 없기에 주로 e – book으로 사들이기에 언박싱의 설렘은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책만 하더라도 일 년에 50권을 읽어도 100년은 읽어야 하기에 “인제 그만” 자제를 한다. 대신 요즘은 문구류에 쏙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파카 만년필 하나만 있어도 모든 아이의 부러움을 샀는데 지금은 몇만 원 정도만 주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학창 시절 독일제 라미 만년필을 사용했는데 놀랍게도 그 가격이 3-5만 원 정도니까 모든 물가가 올랐어도 만년필 가격은 오히려 많이 내렸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얼마 전에도 라미 만년필 2자루.
모나미 네오 만년필 5자루를 사들였다.

이유는 분명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연장이 좋아야 해 ㅠ
7가지의 만년필에 색색의 잉크를 집어넣었다. 예전에는 검정, 빨강, 파랑 정도의 3색 잉크뿐이었지만 지금은 20가지 칼라 잉크가 판매되고 있다. 그러니까 만년필마다 색색의 잉크를 넣고 필기할 때마다 만년필을 바꿔가며 글씨를 쓴다.
아마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친구는 “저 지랄” 하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개성을 중시하기에 고급스럽게 취향이라고 말한다. 길게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이유는 최인철 교수의 ‘행복한 삶’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굿 라이프'에서 말하기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소유의 영역에서 살면서 비교하지 않으려고 결심만 한다.’
그러니까 자신처럼 언박싱의 행복에만 취해있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에서 오기에 경험의 영역을 늘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기에 잔클 모임도 갈등이 있었는데 깨달은 것이 있다.

“떼 지어 만나는 것도 재미가 있구나?



다양한 친구를 만나며 자신이 모르던 삶도 듣고 볼 수 있고 또한 배울 수 있다는 얼마나 좋은가?

물론 수많은 친구와 모두 벗이라 말할 수는 없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만남이라면 서로의 정체성을 구축할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기에 살아온 경험이 소중하다. 우리 나이면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너 때문에 행복해”

“너”가 아니더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데 7자루의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소장하고 있는 문구류를 가지고 글을 썼을 때의 성취감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잘 쓰는 것보다 매일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필요하고 정말 좋은 것은 쓴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글을 읽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내 영역이 아니기에 난 열심히 쓰는 경험을 통해 내 행복을 만들어가면 만족스럽게 잘살고 있다고 믿는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장식 거리보다는 이야깃거리가 우리를 훨씬 더 행복하게 한다”는 최인철 교수의 말은 가슴에 담을 필요가 있다.

https://youtu.be/uWXUWepSa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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