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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Mar 14. 2023

어떤 대화를 하고 있지?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를 읽고 떠 오른 단상


’ 일반적으로, 모든 대화에는 사리대화의 요소와 심정대화의 요소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위 대화의 예에서, “약속 장소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대해 “약 삼십 분쯤 걸린다”라는 대답을 했다면 이는 정보를 알려주는 사리대화가 된다. 하지만 약속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묻는 대화에는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만약 이 마음에 반응하여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하는군요”라고 대답했다면 이는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정대화가 된다.

심정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의 표면에 나타나 있는 내용보다 그 밑에 깔린 감정에 반응해야 한다. 즉,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줘야 한다. 차마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속마음까지 상대방이 이해하고 반응해 준다면 그 고마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상대방이 너무 믿음직하게 느껴질 것이다. 심정대화에는 ‘듣기’가 기본이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감정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내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자꾸 주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
우리말에 ‘마음이 통하는 사이’라는 표현은 있어도 ‘머리가 통하는 사이’라는 용어는 없다. 다시 말하면, 친밀한 인간관계는 ‘마음’이 통하는 사이이지 ‘머리’가 통하는 사이가 아니다.‘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 자기실현을 위한 중년의 심리학 한성열 저



늦게 사회생활을 해보니까 서러움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가령 인사가 모든 관계의 기본으로 알고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약간 고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근데 인사를 안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못 받을 수도 있다). 이때의 서러움
“이 인간, 나도 한때는 목에 힘주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라며 속으로 삼키는 불쾌감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저런데”라며 자신의 의견을 명쾌하게 이야기하며 가르치려 드는 젊은 친구, 업무 지시나 협의를 대면이 아니라 SNS를 사용해 의사 전달을 하는 친구. 조금 불쾌하고 기분 나쁜 때도 있지만 싸울 수도 없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기에 속으로 삼키며 자신에게 화를 낸다. “니가 제대로 못살았기에 일어나는 일이잖아”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화살을 돌릴 때 상처는 두 배로 부풀어 오른다. 어느 날은 마누라와 맥주 한잔을 하며 서러움을 토로하는데 이 마눌님은 더하다.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당신이 너무 편하게 살아서 그래, 당신에게 말 안 해서 그렇지 나도 감정 상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야!”

물론 마누라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마누라 붙잡고 “나 힘들어, 아파”라고 말하는 것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 힘들겠다. 늦은 나이에 돈 벌러 다니면 어려움이 왜 없겠어. 그래도 당신이 힘든 것을 이기고 월급 통장으로 돈 보낼 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오늘은 내가 맥주 살게”

이러면 남편의 마음이 저녁노을처럼 감동으로 물들지 않을까?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빨간 줄을 많이 치는 이유는 중년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쩜 자신의 언어도 심정대화보다는 사리대화가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좋은 대화는 대화의 내용보다 그 밑에 깔린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인데 우리 세대는 이런 대화를 거의 알지 못했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반대로 감정대화보다는 사리대화의 전문가들이 많다. 똑똑하고 딱 부러지게 옳고 그름을 말하지만, 그 말에 감동하여 마음이 움직이는 예는 없다. 오히려 반감이 더 심해지고 적대감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의 삶이 좋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70만 부나 팔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이 한 문장으로 핵심을 말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아직도 자신에게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려는 나쁜 버릇이 남아있을 수 있다. 물론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이 허다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을 무시하며 높이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고집도 있다. 그러나 좋은 책 한 줄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https://youtu.be/H2ITSFc4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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