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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30. 2024

마흔 된 김에 바디프로필(1) 내가 할 수 있을까?

<마흔 된 김에> 프로젝트에 첫 번째가 한라산 완등, 두 번째는 마라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바디프로필 도전이다.

작년 8월 이사를 하면서 집 앞 PT센터를 등록하고 꾸준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지금까지 체지방만 9kg을 뺐다.

등록할 때 쟀던 인바디는 키 164cm에 몸무게 71.9kg 이 찍혔다. 얼굴은 빵빵했고, 뱃살은 흘러넘쳤다. 살도 살이지만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릎이 아픈 건 기본이었고, 당뇨 초기단계에 생리불순, 몸 이곳저곳 가렵기까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근육량이 많다는 것 정도? 그래봤자 비만이었지만.

 

처음 3개월은 살이 정말 안 빠졌다.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식단도 나름 열심히 하는데 몸무게가 전혀 줄지 않았다. 1kg 빠졌다 싶으면 다음날 그대로 다시 몸무게가 올라오는 도돌이표가 지속됐다. ‘나는 안되려나 보다’ 싶어 좌절하기를 여러 번... 매주 인바디를 재며 꿈쩍도 안 하는 몸무게가 야속해서 남몰래 울기도 했다. 그래도 그냥 했다. 그냥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질기게 들러붙어 있던 지방들이 빠지기 시작한 건 4개월이 지날 무렵이었다.

이즈음에는 PT와 관계없이 주 6일 운동을 간 건 물론이고, 매일 유산소를 30분 이상을 탔다.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센터에 가서 1시간 30분 이상 운동하는 걸 거르지 않았다. 그러자 0.1kg씩이라도 빠지기 시작했다. 아주 더디고 지난한 날들이었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나니 총 9kg의 체지방이 빠져있었다.

주변에서 살 빠졌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작아졌다”, “어떻게 뺀 거냐”, “몇 킬로그램이 빠졌냐” 같은 말들은 나를 기분 좋게 했지만 해이해지게도 만들었다.

어느 정도 살이 빠지자 ‘이 정도 먹는 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그만큼 먹는 양도 늘었다. 특히나 금기시하던 빵과 디저트도 허락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시 정체기에 들어섰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처럼 몸무게가 왔다 갔다 하며 제자리만 빙빙 돌았다. 매일 운동은 기본이고, 식단도 이 정도면 잘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체지방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가끔 회식이나 치팅을 하고 나면 1~2kg이 우습게 쪘다. 이 상태가 두 달이 넘게 이어졌다. 이쯤 되니 ‘이게 한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정도면 선방했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아주 못 봐줄 정도도 아니고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으니 만족하고 살까.

그렇게  몸무게에 순응하는 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PT센터의 수많은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다. 항상 그 자리에 걸려있던 사진들이었고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진이란 생각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그날따라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2주 정도 고민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저 몸이 실현 가능하긴 할지, 내 몸에 출렁이는 뱃살이 사라지는 건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일인데... 내 두 허벅지가 닿지 않고 떨어지는 걸 단 한 번도 기대해 본 적 없는데.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인생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 인생에 절대로 없을 것 같았던 마라톤이 느닷없이 파고든 것처럼, 바디프로필도 갑자기 시작됐다.

그렇게 나이 마흔이 넘어 바디프로필 출사표를 던졌다.

오늘부터 D-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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