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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Sep 06. 2022

독립적인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부모에게서 벗어나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유와 동시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가족과 거리를 두기 전까지 진짜 어른이었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로부터 통제된 자유는 자유라 할 수 없었고, 그들로부터 허락된 책임은 진정한 책임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삼십 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허락과 인정만을 갈구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아빠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 혹은 기대치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벗어날 때마다 우리 남매를 앉혀놓고 필터링되지 않은 분노의 언어를 몇 시간씩 퍼부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난을 친다'라고 표현하더군요. 난이 곧게 자랄 수 있도록 삐뚤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잘라내는 것이라고요. 아빠의 눈에는 우리가 그의 기대치를 쫓아오지 못하는 '삐뚤어진 줄기'였던 셈입니다.

모든 환경이 통제된 상태에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마음에 드는 말과 행동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그의 뜻대로 사는 것이 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요. 물론 제가 그렇게 산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여전히 삐뚤어져 보일 뿐이었지만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생각을 따르려는 경향은 스스로를 믿고 증명하기보다는 부모의 말을 듣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돼도 부모의 말을 따랐으니 실패 후 따라오는 좌절에서 피해 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죠.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뜻대로 무언가를 했을 때, 그리고 그 결과가 실패라면 내가 느끼는 좌절도 좌절이지만 그들의 비난과 무시, 폭언을 듣는 일이 더 끔찍했으니까요.

내가 삼십 대 후반까지 부모를 벗어나지 못했던 변명을 굳이 하자면 그렇습니다.  



내 삶에는 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컸습니다. 무서운 것은 제가 이런 환경에 대해 답답함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특출나진 않아도 보통은 갈 거라는 믿음, 부모가 내 인생을 알아서 계획해 줄 거라는 확신에 길들여져 굳이 인생에서 불확실한 모험을 시도해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것은 불필요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미 내 인생의 미래와 한계는 부모의 손에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부모가 정해준 길로 걸어간다는 것은 스스로 나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내 생각, 내 가치관과는 아무 상관없이 오직 부모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며 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기 확신은 점점 옅어지고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스스로를 지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됐습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계속되는 의심과 불신으로 점점 더 부모에게 의지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가족을 끊어낼 때 가장 두려웠던 것도 이것이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막막함, 이제 무조건적인 내편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공포, 나를 세상으로부터 가두었지만 지켜주기도 했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서늘하고 쓸쓸한 감정이었습니다.

스스로 결정한 가족 절연이라는 이 상황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저에게는 없었고, 이조차도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내가 당신들과 인연을 끊어도 되겠느냐고 말이지요.



저는 자금도 가끔씩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아주 큰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이 불확실한 걱정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다시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내 삶이 조금 피곤하고 불확실해진다고 해도 내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타인의 감정과 시선에 자존감이 박살 나고 우울의 심연 한가운데에서 발버둥 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태어나 주체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나에 대해 깊이 빠져드는 일이고, 내 생각의 끝까지 파고드는 일입니다.  

하지만  외로움을 견디며 내가 저지른 행동, 성공과 실패, 절망과 좌절까지도 오롯이 감당하고 책임질  우리는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흔들림 없이, 연하게  삶을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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