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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Jul 16. 2017

시들어가는 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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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수국이라는 꽃을 선물로 받았어요. 평소 꽃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길을 가다 예쁜 꽃이 보이면 잠시 멈추어 살펴볼 뿐이었지요. 선물 받은 수국은 파란색이었어요. 음- 바라보고 있으면 두 눈에 힘이 풀리며, 깊은숨을 내쉬게 하는 투명한 파란색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 여름, 파란 수국이 보는 세상은 어떠할까요. 새벽 공기 같은 잔잔한 바다에 기대어, 바라는 하늘에 미소 가득한 햇살이 손짓하다, 마주치면 부끄러운 듯 짐짓 구름 뒤로 숨는다 하고 느낄까요.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변덕'이라 해요. 토양의 성분에 따라 하얀, 보라, 파랑, 빨강으로 달리 피어난다 하니 신기하네요. 하나의 이름을 가진 꽃이 모두 다르다 하니, 어떠한 세상을 바라며 피어나는지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겠어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꽃들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꽃은 피어남과 동시에 시들어가요. 그동안 저는 피어난 꽃, 그 모습만을 눈여겨보았어요. 자신의 계절에 핀 꽃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요. 반면에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우리는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려 해요. 사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말이에요.


영원한 삶이 없듯, 영원한 모습 또한 없지요. 우리가 오늘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 그대는 무얼 하고 있나요. 혹, 어긋난 마음으로 누군가를 시들게 하고 있진 않나요.


깊은숨을 내쉬고 차분히 바라보세요. 거울이 되어, 마주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담아보세요.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없지요. 만약 그 누군가가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그대의 마음이 시들어버린 까닭은 아닐까요.


그대가 아름다운 마음을 품는 순간 시들어가는 꽃조차 '아름다웠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아름다운' 지금의 모습으로 보일 거예요.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카락, 깊어지는 주름, 나빠만 가는 시력이 서글프다. 머지않아 더욱 악화될 게 걱정되고, 건강했던 과거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나는 더욱 늙어갈 테다. 아쉬워하던 일들도 어느새 익숙해져 있겠지.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낯설고 어색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오늘의 나를.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비록 '활짝'피어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피어있는 한 송이의 꽃이 있을 거예요. 오늘 그대는 어떠한 마음으로 피어나고 있나요. 어떠한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꽃들에 물어본들, 다만 활짝 피어있을 뿐일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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