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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Nov 13. 2017

안녕, 오늘의 나. 반가워, 내일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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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을 내리 잤다. 꿈을 꾸고, 되뇌다, 새로운 꿈을 꾸길 반복 했다. 무엇을 꾸었는지, 단편조차 떠오르지 않는 곳에 오직 두통만이 남아있다.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간의 근무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굶거나 춥지 않을 정도로 벌며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우며 살아가고 싶은데. 타인의 눈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허영한 마음은 나를 옭아맬 뿐이다.


통장에 잔고는 쌓여가고 직장생활은 안정되어 가고 있다.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만족할 법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랑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의 대부분을 웃고 지내면서도 가족들에게 출퇴근 인사를 기꺼이 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지 않는 나는, 정말 웃음이 넘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리웠다, 못내. 그러나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다. 내일이면 다시, 내가 원치 않은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웃기 싫지만 웃어야 하고, 화가 나지만 참아야 하고, 보고 싶지만 미루어야만 하는, 그런 나로.


마음을 옮겨 적는, 이 공간에서의 나는 환상을 쫓는 어린아이 같다.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하고 싶었던 말만 골라 적으니까. 다음 날 아침이면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그랬기에 한동안 찾지 않았으면서 기어코 들르고야 말았다.


보고 싶었다. 나의 소리, 나의 얼굴, 나의 마음, 나라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부끄러운 듯, 감추어왔던 나를 드러내 본다. 거리낌 없이, 그 누구에게도 거짓 없는 내가 되어.


이 밤이 지나고, 새로운 밤이 찾아올 때까지 나는 수많은 문턱을 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조바심이 난다. 미루고 싶다. 만약 예상하지 못한 문턱을 만난다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어떡하지.


이상하다. 평소 지니고 있던 아픈 생각들을 떠올려봐도, 미소를 막을 수 없다. 얼마만일까. 느껴진다. 그렁그렁한 감정을 담은 두 눈 아래 웃고 있는 내가.


내일은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결코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만나는 건 아닐지, 애써 걱정해도 즐겁기만 하다. 기대된다. 오늘 같은 밤이라면 무엇이든 이겨낼 자신이 있다.


내일 밤이 찾아오면 나는 고백할 것이다. 부족했을지라도, 서툴렀을지라도, 그렇기에  나를 조금 속였을지라도, 고생했다고. 괜찮다고. 충분하다고.


분명 나인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쑥스럽다 표현이 영 서툴고, 몸짓은 엉성하다. 떨어져 보낸 시간으로 인해 다소 경직 되면서도 좋은 걸 보니, 역시 나인가 보다.


편안하고, 익숙한 기분. 설레고, 두근거린다. 그래, 이게 나인데. 어디서 무엇을 찾아 헤매고 다닌 걸까. 그동안의 나는.


밤이 깊어질수록, 헤어질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주인공이었던 존재가 꿈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끝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곧 끝날 시간이라 생각하니 아쉽고 또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찾아 올, 내일의 나를 생각하며.



또, 하루가 간다. 나의 다짐대로 내일의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물어보아도, 오늘의 나는 알 수 없다.


슬프다가도 기쁜 소식 하나에 웃을 수 있는, 이런게 인생인가 보다.


안녕, 오늘의 나. 반가워, 내일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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