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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Sep 30. 2018

떠올라라, 가라앉는 진실된 나

흐르는 강물에 돌멩이

툭 하며 던지고 나서

떠올라라 떠올라라

뒤돌아서며 외치는

바스러지는 말


째리는 눈초리에 수면

일렁이는 물기 머금고

나아간다 나아간다

발가락 움켜쥐고

굽이 굽은 모습으로


아른거리는 바람

어디서 불어왔는지

종알거리는 새

어디서 날아왔는지

북적거리는 사람

어디서 나타났는지


곁에 머물며 숨 내어주니

손뼉을 마주치며

나아가자 나아가자

서성거리는 말 뒤로

왼발 곧게 내딛으며


기울어가는 하루

선선한 세상 보다

부풀어버린 마음

수줍게 물들어가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해답 없는 결론에 우울해지곤 한다. 다가올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보다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기도 벅찬, 내 삶은 늘 괴롭기만 해야 할까.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울기도 여러 번. 끝 모를 강물로 가라앉는 것만 같던 나에게 좋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괴롭게 만드는 일들을 줄여보자. 즐거울만한 일이 없다면.'이라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문구를 내내 생각했다. 오늘 하루, 출근길 버스를 시작으로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걸어 잠그기까지. 양말을 벗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나는 곧장 침대에 누워 '나를 괴롭게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 하고, 최근의 일상을 낱낱이 살펴보았다.


석상이라도 된 듯, 집에서조차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괴로움은 주로 내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사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테트리스 블록을 정해진 순서와 공간에 맞게 끼워 맞추듯, 다른 누군가가 생각한 대로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가족의 생각에 따라, 친구의 생각에 따라, 혹은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따라 무언가를 진행하다 보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하라고 하는 거지?' 하고. 하지만 나는 내 의견을 묵살하고 그들의 의견을 따랐다. 줄곧 그랬다. 반대되는 의견을 이야기하여 얼굴을 붉히게 될까 봐. 얼굴을 붉힌 그들이 나에게 실망할까 봐. 싫어하게 될까 봐.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숨기고 그들이 원하는 내가 되어 살아가다 보면, 나조차 내가 누구였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옷장 속에서 옷을 고르듯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간의 내가 결정된다. 기대와 다른 의견이 나와도 마치 기다렸던 말이 나온 것처럼 환대한다. 티끌처럼 사소한 의견이라도 맞춰주는 게 친절함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 친절함은 미움받기 싫어하는 내가 만들어낸 허구였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싫어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나를 싫어했던 사람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이야기하며 산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A라는 사람이 있고 그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은 B, C, D가 될 것이다. A-1이나 A-2, A-3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며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혹은 삭히거나 회피하기를 반복하며 멀어지기도 한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와 다른 누군가가 온전한 A와 B로 만났을 때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나는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대로 나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또한 정해진 법과 규범 내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선택할 자유가 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잊고 꾸밈없는 나를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소중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천장을 향해 열 손가락을 모두 편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 손가락씩 접는다. 생각이 깊어서, 의견이 뚜렷해서, 나를 잘 알아서, 늘 쾌활해서. 생각만으로도 만난 것처럼 기분이 들뜬다. 나 또한 그들에게 또렷한 내가 되어 기억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남아있든,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누군가의 앞에 선 나를 상상한다. 그들이 의견을 이야기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듣던 나는 마음속으로 묻는다. '내 생각은 어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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