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Nov 03. 2018

토요일 출근길에 만난 행복

할아버지에게 안기는 아이의 모습을 지하철에서 보았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과 애교 섞인 목소리에 할아버지는 양손으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태양과 같은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토요일 오후, 한적한 4호선에는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달콤한 교감에 이내 훈훈해진다.

주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한편의 연극을 감상하듯 할아버지와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팔짱을 낀 아저씨도, 핸드폰을 만지던 학생도, 대화를 나누던 연인들도 할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난 아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행여 눈이 마주칠까 단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난 듯한 표정으로 아이를 쫓는다.

나는 업무를 하기 위해 열차에 탔다. 업무 특성상 각자의 입장이 있는 여러 사람들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이라고 토요일 출근길마다 되뇌곤 한다. 같은 열차에 탄 사람들에게도 나처럼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어 정확한 속 사정은 모르지만, 넋을 놓고 있던 모습들에서 지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아이가 열차에 올라탄 그 순간부터 이곳은 화단이 되었고, 함께 있던 우리는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출근지에 도착하기 위해 나는 고작 네 정거장을 거친다. 첫 정거장에서는 걱정으로 출발했지만, 마지막 정거장에 다다라 행복하다고 느꼈다. 어느 책에서 보았다. 뇌가 인식하는 행복은 지속시간이 짧아 자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았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 기꺼이 나누어 들어주는 손, 괴로움으로 느려진 나의 걸음을 애써 맞춰주는 발, 울먹이며 말하는 나를 어쩔 줄 몰라 하며 위로하려는 표정이 생각났다.


혼자라고 여겼던 상황에서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으며, 소중한 사람들의 진심 어린 배려로 살아가고 있었다. 최악이라고 여겨,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까지도.

행복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오며,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와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나를 둘러싼 많은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열차에서 내려 씩씩하게 출근길에 오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하나의 계절을 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