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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Nov 06. 2019

햇님이 밝게 웃는 하늘

"햇님이 밝게 웃고 계시잖아요"


대학교에서 조교로 함께 일하고 계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갑자기 방긋 웃는 이유에 대해 여쭈어보았거든요. 점심시간이었어요. 컵라면을 먹던 원탁에 햇빛이 비추는 것을 보며 저는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눈이 부시기도 했고, 뜨거웠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었어요. 객관적인 사건은 없다는 말이 있어요. 같은 사건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에요. 동료 선생님은 햇빛을 보며 소중한 사람의 미소를 본 것처럼 반응했고, 저는 싫어하는 사람의 찌푸린 얼굴을 본 것처럼 반응했어요. 만약, 제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햇빛을 보며 '여자 친구의 미소가 떠오른다'라고 제가 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똑같은 하루는 존재하지 않아요. 반복되는 일상 같아도 그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제 자리를 도는 톱니바퀴에도 균열은 생기고 마모되지요. 자로 잰 듯이 빈틈없는 나날이더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해요. 그 상황의 실제 무게나 크기 보다요.


여러분은 일상의 사건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계신가요. 혹시, 마음 쓰이는 일들 때문에 햇님이 방긋 웃는, 한낮의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없이 전전긍긍하고 계신 건 아니신가요.


오늘의 저를 되돌아보았어요. 아침에 제법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늦장을 부리다가 조금 늦게 회사로 출발했지만, 주머니에 커피우유가 들어있어서 기뻤어요.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었지만, 탈 수는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종종 피곤하다고 생각했지만, 제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들과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몇 사람의 인사를 들으며 뿌듯했어요. 막연한 불안감이 이따금씩 떠올랐지만, '답답하다'가 아닌 '불안하다'라고 제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어서 대견했어요.


제 하루는 의미 있는 순간들로 가득했는데, 저만 모르고 있었더라고요. 햇님의 미소를 말하던 동료 선생님의 순수한 얼굴이 아니었다면, 저는 무의미하게 오늘 하루를 보냈을 거예요. 의욕도 없고,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따랐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저의 하루는 매일 새롭다는 사실을요. 매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진실을요.


입동이 어느덧 이틀 앞으로 다가왔어요. 겨울의 시작이 임박한 이 시기에 햇볕을 듬뿍 쬐어보는 건 어떨까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는 거예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환히 미소 짓고 모습을 볼 지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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