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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Dec 31. 2019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자

새해 인사도 있습니다 :D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되었어요. 차곡차곡 쌓인 글들은 그동안의 제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이전 글들을 찾아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었나' 하며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글 속에서 말하는 어려움이 최근에 겪고 있는 어려움과 유사하기 때문이에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내 안에 머무르며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헐뜯고, 괴롭혔다. 


초기의 쓴 글들을 보면 첫 직장에서 퇴사하며 원하던 일을 찾아가리라는 꿈에 부풀어있어요.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아요. 막연히 사회에서 인정받는 제가 되리라 생각했거든요.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없는 저에게 꿈은 이루어가야 할 대상이 아닌 환상에 불과했지요. 퇴사 후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은 알 거예요. 소속된 곳 없이 구직활동을 하는 게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요. 그 불안감을 견디다 못한 저는 적당한 직장에 취업했었어요.

 

두 번째 직장에서는 입사 4개월 만에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이유였어요. 물론, 그 일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았지만요. 주변의 만류로 3년을 재직했어요.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납득하지 못한 채, 인내하며 했던 일은 어떠했을까요. 괴로웠지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거든요. 뭐랄까. 영혼이 반쯤 나가 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저는요. 우울감은 깊어져 갔고, 입수한 사람처럼 일상에서 허우적 됐어요. 글에서는 출구 없는 길을 찾아 헤매었어요. 울상인 이야기뿐이었지요. 


고민 끝에, 상담대학원에 들어왔어요.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아니었어요. 새로운 도피처가 필요했을 뿐이거든요. '상담사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였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으니까요. 유망한 직종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등에 업고 공부를 위해 두 번째 퇴사를 감행했어요. 대학원에는 화요일과 수요일만 나가면 되었어요. 특수대학원이라 오후 6시 30분에 첫 교시가 시작되더라고요. 일도 그만두었겠다, 한 주 대부분의 시간이 온전히 저에게 주어졌음에도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불안했어요. 비는 시간마다 '나는 무엇을 해야 되는 걸까?' 되뇌었거든요. 해답은 물론 나오지 않았어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을 저는 방 안에 앉아 쉼 없이 까먹고 말았지요.  


월급이 주는 효능감이 사라지고, 줄어드는 통장잔고가 불안을 더욱 키워갈 때 대학교 조교일을 시작했어요. 공부와 병행하며 학비를 벌어볼 요량이었어요. 공부보다 우선이 될 줄은 결코 몰랐어요. 일이 예상보다 많았던지라 하루는 대학원 수업을 빼먹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요. 일의 양보다도 환경이 저에게 맞지 않았어요.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 종일 응대를 해야 하는, 쉴 새 없이 걸려드는 전화에 몇 주간 두통을 겪기도 했어요. 저는 깨달았지요. '아, 이 일도 나에게 맞지 않는구나' 하고요.


또다시 일을 그만두었어요. 대학원생이라는 허울 뒤로 백수라는 신분을 감출 수는 있었지만, 위안이 되지는 않았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뚜렷하지가 않거든요. 다만, 힌트는 얻었어요. 상담사가 되는 것이에요.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게 아니에요. '일상에서 잠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 변화하며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이 좋거든요. 일방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두고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는 관계를 맺어가고 싶어요. 직업이라면 더욱 보람되겠지요.


사회복지사로서의 길은 위의 언급한 방향과 잘 맞을지도 몰라요.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조직의 위계는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안 그래도 내향적이고 신중한 저인데, 누군가의 직급이나 지위가 이름보다 앞서면 불편했어요. 상담도 조직에 따라서는 위계가 있겠지만, 내담자와의 협력적 관계가 우선되기 때문에 제 역할이 더욱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담 공부를 하며 성격 강점 검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친절함, 신중성, 공정성, 자기절제가 뛰어난 게 강점이라고 해요. 반면에 단점인 성격으로는 열정, 호기심, 동기가 나왔어요. 저를 잘 아는 사람이 결과만 미리 적어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맞더라고요. 성격 단점을 보며 한 가지 느낀 게 있어요. 열정, 호기심, 동기가 부족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일에 관심이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찾아 시도할까요.


이제 저는 알아요.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새로운 일을 상상했던 거예요. 직장에서는 저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했으니까요. 제한된 모습으로 살아갔으며, 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때 퇴사를 감행했었어요. 직장을 옮긴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이전과 비슷한 상황들을 반복해서 겪었지요. 


마음은 현실을 외면하고 회피했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니까요. 아니었어요.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느끼고 있었거든요. 화도 났었어요. 짜증이 치솟고, 억울했어요. 하지만 "네"라는 외마디에 모두 묻어버렸어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요.


깨달았어요.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걸요. 거쳐왔던 여러 직장에서 '나'로써 살아갈 수 있었는데, '나'를 꺼내보이기 두려워서 참았어요. 외로웠기 때문이에요. 사랑받고 싶어서 라고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어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요. 자연스레 제가 원하고 좋아하는 행동은 뒷전에 두었어요. 다소 잡음이 날 지라도 '나'를 드러내며 사람들과 맞춰 나갔어야 되었는데, 저는 물러섰어요.


머무는 자리의 주인이 되려고 해요. 더 깊이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려고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그 어려움이 저로 하여금 숨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지라도 진실을 덮어두지 않을 거예요. 누군가의 눈밖에 난다고 해도, 설사 관계가 회복하지 못할 지경까지 치닫는다 해도 말할 거예요.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서요. 




안녕하세요? 두근거림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새해가 밝아오고 있어요. 한 해를 돌아보니 후회스러운 일도, 고마운 일도 많은 것 같아요. 내년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해요. 글쓰기 소모임도 개설해보고, 책도 내고, 사람들과 교류도 더 활발히 하면서요. 온라인으로만 제 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려고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D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계시기에 2019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변함없이 지켜봐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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