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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Apr 05. 2020

요즘 어떤 말이 가장 필요하신가요?

"책에다가 사인해줘요."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인턴 근무를 같이 하는 동료 선생님께서 내 책을 구입해오셨다. 사인을 해 달라는 말과 함께 앞표지 뒤에다가 하라며 위치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펜을 들고 생각에 잠겼다. 무슨 말을 적어야 할까. 책을 대표할 수 있는 문구를 적어야 할까,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야 할까. 무엇을 적어도 감사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인턴 근무를 함께 하게 되어 큰 힘이 된다는, 무난한 메시지를 썼다.


그 메시지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앞표지를 넘겨본 선생님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기대하던 내용이라며 뿌듯해하셨을까, 아니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셨을까. 묻지 않았기에 알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었다. 나조차 원하던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묻고 싶었다. 요즘에 어떤 말이 가장 필요한지, 어떤 말이 가장 듣고 싶은지. 대답을 들은 후에 그 내용을 정성스레 옮겨 적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책으로써 완성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어떤 말이 가장 필요하신가요?"

"요즘 어떤 말이 가장 듣고 싶으신가요?"


읽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책이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에는 한계가 있다. 성격이나 성향,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위한 완벽한 문장, 그것은 그 사람을 통해서만 적을 수 있다. 동료 선생님의 기대하던 눈빛에다가 어떤 말이 필요한지, 듣고 싶은지 묻지 않았기에 나는 선생님만을 위한 말을 쓸 수 없었다. 


첫 사인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두 번째부터는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누군가가 구입한 내 책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는 언제쯤 다시 찾아올까. 알 수는 없지만 기꺼이 묻고자 한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물음으로써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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