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Apr 12. 2020

부정적인 감정에는 가시가 돋쳐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가수 시인과 촌장의 노래《가시나무》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곳은 거리였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간판으로 빛나는 밤이 예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걷겠다던지, 얼마나 걸을지에 대한 계획은 물론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묵직해질 즈음이었다. 도로의 소음은 도보까지 밀려들었다. 이어폰을 꺼내 음악 어플을 켰다. 어떤 노래를 들을까. 목록을 뒤져봐도 끌리는 노래는 없었다. 문득, 처음 걷는 길에 걸맞은 새로운 노래가 듣고 싶어 졌다. 자주 듣는 노래와 유사한 노래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따라 나는《가시나무》에 이르렀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시작부터 고백하듯 담담히 부르는 노래가 마음에 닿았다. 낯선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잊고, 나는 노래에 빠져들었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마음에 남아있던 감정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나는 속상했고, 억울했고, 놀랐고, 걱정되고, 주눅 들고, 겁내고, 그립고, 외로웠다. 되새겨보니 모두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뺐고"


어느 순간에 든 감정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지냈다. 보듬으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소중한 일부인 양 껴안은 체. 이러한 나를 만났던 친구는 어떻게 느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말 뒤에서는 공허한 마음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분명 꺼내는 말들에 귀 기울여주고 웃으며 반응하지만 깊이 가닿지 않는, 화창한 날에 무성한 가시나무 숲을 걷는 그런 기분은 아니었을까.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지나무 숲 같네"


내면에 잠긴 부정정인 감정들에는 가시가 돋쳐있다. 그 감정들을 느꼈던 상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나를 위태하게 만들 수 있는 경험이기에, 기억을 더듬는 손끝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만들어놓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시를 만들어 놓은 나를 비난하거나, 가시를 서둘러 제거하기보다는, 가시를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나의 마음을 돌보고 싶다. 사라지지는 않을까. 가시는. 마음을 알아주고 서서히 느끼다 보면.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마음에서 봄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