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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Mar 16. 2020

우리 마음에서 봄내음이 나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를 잠식한 지도 벌써 2달이 되어간다. 외출을 감행했다가 뉴스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아닐까 염려되어 현관을 서성거린 날이 쌓여간다. 


바이러스가 두려운 이유는 전파에 있다. 내 몸 하나 아픈 것은 감내하면 그만이지만, 나로 인해 가족이나 이웃에게 전염된다면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을까. 


대학원 강의는 2주간 사이버로 대체되었다. 인턴을 시작한 센터에는 찾아오는 발길이 줄어 당분간 나가지 않기로 했다. 백수나 다름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백수와 다른 점은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데에 있다.


외롭고 쓸쓸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라도 떨면 나아지련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괜찮아지면 보자"가 안부 인사로 쓰이는 요즈음,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좋아하는 커뮤니티에도, TV 프로그램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골 소재이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루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바이러스를 벗어날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어딘가로 불쑥 떠나고 싶다는 충동은 점점 커진다. 눈 딱 감고 동해 바다라도 다녀올까 싶다가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만약, 바다에서 바이러스를 얻어 온다면 나는 그 사람들을 볼 면목이 있을까. 숨구멍에 의지하는 게처럼 살아가지는 않을까. 

 

음식이 익어가던 식당들도,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노래방이나 PC방도, 새 학기로 떠들썩해야 할 학교도 수심이 깊다. 전례 없는 바이러스의 존재로 사회 곳곳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러한 시국에 몸과 마음이 성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바이러스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치료를 위해 고생하시는 병원 관계자 분들,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공무원 조직에 속한 분들, 허리띠가 과하게 조여 오는 상황에서도 각 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봄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없다. 예년 같으면 벚꽃 개화시기나 축제에 대한 뉴스와 기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거리에도 봄을 맞아 나들이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봄으로 가는 과정들이 모두 사라진 이 시기이지만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결집한 우리의 마음에서 봄내음이 나기 시작했으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바이러스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예방에 있다. '나는 괜찮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너도 괜찮을까?'라고 물으며 행동에 숙고를 기울여야 되지는 않을까. 


서울시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 했을 자가 감금이 길어지고 있다. 일상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괴로울지라도 잊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각 자의 집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으니까.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전 세계적으로 떠나갈 때까지 스스로의 마음을 아낌없이 보듬어주자.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은 스스로만이 아니니까.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그렇게 주고받는 몇 번의 연락이 여러분 또한 그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깨닫는 경험을 주지는 않을까.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괴로움은 덜수록 가벼워지고, 친밀감은 쌓을수록 의지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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