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고 흐르며 살아가라네

by 두근거림

며칠 전, 사진 작품을 하나 보았다. 윤슬에 관한 작품이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의미한다. 벽에 걸린 그 작품을 보며 한강에서 보던 윤슬이 떠올랐다.


복지관에 근무하던 시절, 주 6일 근무를 1년 동안 했었다. 그중 토요일에 하던 업무는 장소를 대관하여 진행하였고, 근무지는 자연스레 복지관이 아닌 다른 기관이었다. 그곳은 한강 근처에 위치했고, 토요일마다 4호선을 타고 이촌역으로 나는 출근하였다.


참여자들과 인사까지 마치고 나면 오후 5시 정도가 되었다. 이때부터 나의 휴일은 시작되었다. 이어폰을 낀다. 느리고 무거운 반주가 흘러나온다. 이내 흘러나오는 가사는 따뜻하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같은.


편의점에 들러 커피우유를 산다. 수영장 습기로 떡진 머리를 하고, 피곤에 절어 풀린 눈이지만, 한강으로 걸어가는 발걸음만큼은 상쾌하고 가볍다. 두 팔을 나란히 벌리며 펭귄의 날개를 흉내내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눈부신 미소를 지어보기도 한다.


한강이 내다보이는 벤치에 앉는다. 인적이 드문, 나를 위한 자리이다. 커피우유를 마신다. 깊은숨이 절로 내쉬어지며 긴장이 풀린다. 올곧게 세운 허리에 힘을 풀고 굽은 자세로 돌아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지 않고 강가에 스며든다.


햇빛이 내리던 강가는 울다 지쳐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 같기도 했고, 푸른 하늘 뒤에 가려진 별들의 반짝임 같기도 했다. 보기보다 물살이 거세고, 수심이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온하게 느껴졌다.


흐르는 음악과 나와 강물은 하나라도 된 것처럼 가만히 숨을 쉬었다. 가사는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었고, 강물은 "괜찮아?"라며 물어보았다. 나는 그들의 말에 대답하듯 이따금씩 노래를 바꾸어 틀며 머물렀다.


강가에 석양이 내리기 시작하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석양은 밀린 일상을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신호와도 같았다. 집에 도착할 때가 되면 우리 동네는 이미 어둑해져 있을 테고, 점심 식사를 하기에는 더욱 늦은 시간이 되어있을 테니까.


한강에 앉아 눈물을 자주 훔쳤다. "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난다"는 가수 박선주의 노래 제목처럼, 참아오던 눈물을 남몰래 흘리고서 아무렇지 않은 척, 끄떡없는 척 살아갔다. 감정은 때때로 사진보다 선명히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은 흐릿하지만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보니 마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나 보다. 힘겨웠던, 털어놓지 못했던,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외로운 날들을.



살갗에 내려앉은

부드러운 숫눈

거센 물살에도

잠잠히, 잠잠하게


잠에서 깨어나는

별들의 속삭임

깊은 수심에도

담담히, 담담하게


굽이치는 물결

파고드는 갈래

고요히, 고요하게

석양볕에 물들면


눈가에 드리우는

거칠은 숨소리

흐르고 흐르며

살아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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