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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Feb 27. 2022

자유롭게,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어보겠습니다

안 좋은 시간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어렵게 들어온 직장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일은 일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마음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들이쉬는 숨에 떨리는 가슴이 느껴지는 이유는 '달리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빚어낸 슬픔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 좋은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전날 밤에 잠을 잘 자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거나, 아침에 맡는 원두커피의 고소한 향, 동료와의 수다, 좋아하는 음식의 첫맛, 얼룩 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어렵게 지켜낸 정시 퇴근길에 올려다본 하늘이 저에게는 좋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좋은 시간은 짧고 안 좋은 시간은 이어집니다. 직장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좋은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기 어렵습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인 직장에서 맞는 좋은 시간은 결국 안 좋은 시간에 쫓겨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았습니다. 안 좋을 때, 안 좋은 시간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으면 좋을 시간의 기쁨을 온전히 알기 어렵습니다. 좋을 때, 좋은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 않으면 안 좋은 시간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친구 같은 사이입니다. 좋은 때에 안 좋은 때가 발맞추고, 안 좋은 때에 좋은 때가 팔짱을 낍니다. 


좋은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제가 계속되는 안 좋은 시간에도 기어코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도리어 찾아 올 좋은 시간의 존재를 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시간만, 혹은 안 좋은 시간만 생각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친구이자, 하나가 될 수 없는 고유한 시간입니다.


달리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저에게 다가오는 외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안에서도 저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제 몫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직장에 대한 고민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만 일에게도, 사람에게도 저에게 주어진 자유를 발휘할 수 있는 틈은 있었습니다. 다만 일도, 사람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안 좋은 시간이 끊이지 않게, 좋은 시간이 짧아지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좋아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안 좋은 시간을 좋아하지 않아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좋은 시간이 될지, 안 좋은 시간이 될지는 제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오늘 하루를, 이 시간을, 이 순간을 좋은 시간으로 보내기로 선택한 듯합니다.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쉬는 숨마저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어떠한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그 상황이 저에게 안 좋은 시간으로 다가올지라도, 그 안에서 저에게 주어진 선택의 몫을 발견하고, 좋은 시간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자유롭게,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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