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Jan 16. 2022

올해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라고 적기엔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이는 내가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낸 것도, 이런 것도 하나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니. 내 나이를 듣고 누군가는 '여전히 젊네'라든지 '진짜 나이를 드시긴 했구나'처럼 저마다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정말 절박하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 그러니까 원하는 삶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스스로 삶의 유예기간을 두며 생의 과업을 회피하기엔 들고도 든 나이가 되어버렸다.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오늘 나에게 '자유롭게'의 의미는 '내키는 대로'에 가깝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사는 삶. 외부의 말이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제멋대로 사는 삶.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최소한의 먹고 살 걱정을 하며 기꺼이 떠나는 삶. 여행 도중에 길을 잃어 두려움에 휩싸이다가도 석양을 닮은 가로등에 깊이 빠지고, 낯선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여행자와 삶에 대해 나누고, 발이 부르틀 때까지 걸으며 그곳만의 정취를 느끼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 


여행을 떠나지 말라고 한 사람은 그동안 없었다.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에게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그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다. 나의 눈은 늘 누군가를 쫓았다.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내 삶과 비교했다. 나는 주로 나에게 보이는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았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도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사람. 아는 게 많아서 어떤 일을 시켜도 뚝딱 해내는 사람. 말하는 솜씨가 뛰어나 누구 앞에 있어도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사람처럼 그들의 좋은 모습을 열거하라고 하면 하루라는 시간도 부족할 것이다. 


그들을 보면 나는 언제나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저마다의 강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들의 강점이 나는 탐이 났다. 간단한 일을 해도 불안해서 여러 번 확인해야 하고, 아는 게 적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를 말끝마다 붙이고, 어떤 말이라도 절절매며 하는데 타고났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을 알아갈 때면 위축되는 나와 만나곤 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사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 처했더라도 소신껏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언제부턴가 마음 한편이 찌릿찌릿해졌다. 어쩌면 경외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나이나 지위를 떠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보면 나는 될 수 없는 그의 모습을 공경하면서도, 그 주관이 나를 향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주관'이란 단어의 의미는 트러블 메이커에 가까웠다. 눈치를 살피며 기꺼이 맞추는 동글한 나에게 '아니요'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주관러들이 뾰족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다섯이 되고 작년 한 해를 돌아보니 이제는 나 또한 주관러가 되기를 소망한다. 


올해에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아볼까 한다. 나는 분명 당장에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날 가능성이 적기에 조금은 현실적인 목표로 세워보자면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과 조흔 관계를 유지했다. 나에게 있어 관계의 기본값은 배려와 양보였다. 


상대가 원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흔쾌히 맞추고 따랐다. 의견 다툼으로 인한 긴장된 상황은 나에게는 겪어도, 겪어도 피하고 싶은 비상사태와 같았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그 긴장된 상황에 조금씩, 천천히 머물러 보려고 한다. 긴장감을 겪지 않기 위해 나를 억누르며 사람들에게 맞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이제는 멀미가 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해보기 싫은 것을 해보기 싫다고. 스스로 먼저 알아주고 기꺼이 대답하며 한 해를 지내볼까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언젠가, 반드시, 기어코 여행길에 오르게 되지는 않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된다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준다면 나는 슬픔과 절망으로 이어지는 오늘과 내일을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여전히 애를 쓰고 있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