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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Feb 06. 2022

햇빛을 보면 돌연 눈물이 나는 이유는

안녕하세요. 두근거림이에요. 서울에 살고 있는 저는 최근 부쩍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 기사를 보고 베란다에 나와있어요. 이번 주말에는 사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어요. 원래는 줄곧 바다가 그리웠는데, 요즘에는 그렇게도 숲에 가고 싶더라고요. 제주를 뚜벅이로 여행하며 걸었던 여러 숲들이 홍은동 전경을 그득히 바라보고 있는 제 눈앞에 다가오네요.


사람의 눈은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과 같다고 해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 풍경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지요.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저의 자리 옆에는 큰 창문이 위치하고 있어요. 그 창문이 얼마냐 크냐면 제 키가 1.8M인데 저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예요. 닦은 지가 오래되어 꼬질꼬질한 모습인데 그마저도 저에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오후가 되면 햇빛이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평소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햇빛이 들어오지 않지만, 저는 오후가 되면 블라인드를 걷어 햇빛을 고스란히 느끼고는 해요. 물론 일이 많을 때면 햇빛이 들어올 시간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지만, 저는 요즘 해야 할 일을 잠시 미루고서라도 햇빛에 머무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어쩌면 미룬다기보다는 햇빛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멈춰버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아요. 햇빛이 눈에 아른거리고, 포근한 온기가 피부로 다가온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저는 가만히 햇빛을 바라보게 되어요. 


저는 마치 고장 난 기계라도 되는 것처럼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아요. 흐르는 눈물을 동료들 몰래 닦아내기도 하면서요. 저는 햇빛을 보면 고장나는,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게 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어요. '내 의지대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저의 괴로움은 시작해요. 저는 현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1년이라는 기간은 저에게 커다란 삶의 목표였어요. '1년만 버텨보자' 하는 마음으로 입사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이곳의 업무 환경은 저의 생각을 '1년만'에서 '1년이나'로 바꾸어 놓았어요. 지금 시점에서 그만두면 상담 관련 경력이 적어 이직이 어려울 것 같고, 계약 기간 1년을 견디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지만, 내일 당장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세차게 떨리는 걸 느껴요. 


이처럼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먹고 살길을 생각하면 결코 그만둘 수 없다는 현실이 따스한 햇빛을 만질 수 없는, 다른 누군가의 꿈처럼 바라보게 해요. 햇빛이 드리운 길을 도보 여행을 하듯 마음껏 걷고 싶지만, 현실은 근무시간 내내 꺼지지 않는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해내야 한다'는 회사의 강요에 못 이겨 일을 처리하는, 양계장 속 닭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저의 경험을 믿는 편이에요. 그 경험이 순전히 저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면 더더욱이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만족스러웠거나 후회스러웠던 기억은 그다음 선택을 하는 데 좋은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믿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제 경험을 쉽게 돌아볼 수 있어요. 글로 기록해두었기 때문이에요. 오늘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다면,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해요. 저의 과거는 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어떤 말을 들려줄까요? 차근히, 차분히 물어보아야겠어요. 


저는 요즘 자주 생각해요. 어떻게 된 것이 왜 살수록 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걸까요. 익숙해질 법한 작은 일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마음 졸이는 저는 분명 연약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어요. 제가 살아가기에 사회는 자극적이고 충동적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어요. 살아야 하니까요. 


이번에 쓴 책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남는다'에는 1년여 동안 경험했던 다양한 삶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그럭저럭 살아간 저의 시간들이 담겨 있어요. 삶의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여러분께, 오늘만큼은 특히 제 글을 가장 아까고 사랑하는 저에게 가쁜 숨을 잠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요. 

  




 *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남는다' 구매 링크: https://url.kr/vfp4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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