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Feb 12. 2022

실수에 대해 허용적인 마음을 갖는다는 건

"실수해보는 게 오히려 저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동료 선생님에게 나는 말했다. 언제였던가. 그는 '실수할까 봐' 걱정하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실수해보면 실제로 선생님이 걱정하는 것만큼의 상황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저는 선생님이 한 번쯤 실수해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나는 프로그램 참여자 명단을 정리한 기안을 여러 번 검토하고 있었다. 이름이 잘못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수정이 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걱정하던 내 모습을 보며 말해준 듯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그저께, 나는 내가 작성한 기안에서 실수를 발견했다. 관리자들의 결재까지 완료된 기안에서 발견한 실수는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 첨부파일에 다른 누군가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그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있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대로 일을 진행하고도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상황이 나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동료 선생님에게 실수해보는 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도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휴가를 낸 날이었는데 가만히 있거나, 밥을 먹거나, 씻거나, 걸을 때조차 실수에 대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나의 실수가 다른 누군가로부터 먼저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이로부터 생기는 누군가의 질책이 나를 온전히 집어삼킬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불안감의 먹이가 되어 나의 시간을 온통 뒤흔들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잘못이 발견될 때까지 가만히 묻어두는 것이 실수 경험에 대한 적절한 대처일까?' 나는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내가 했던 실수들을 생각했다. 대체로는 실수가 발견된 그 즉시 해결하는 것이 뒤탈도 적었고, 마음도 금세 홀가분해졌다. 반대로 '그대로 두어야지'라고 다짐했던 작은 실수들은 이따금씩 떠오르며 여전히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내일 출근과 동시에 상사에게 잘못된 내용을 보고하고 기안을 다시 올리기로 결심했다. 실수에 대해 허용적인 마음을 갖는다는 건 내가 한 실수를 남몰래 묻어두며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다 보면 언제든 실수할 수 있으니 그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나는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여 상사에게 보고했다. 자리로 돌아와 기안을 고쳐 쓰며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느꼈다. 실수가 알려지는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이렇게 시원한 일이었구나. 동료의 말대로 실수 그 자체는 내가 생각한 만큼의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물론, 그 실수에 대해 자발적인 자세로 즉시 대처했기 때문이지만.


만약, 실수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괜찮을 거야'라는 주문을 방패 삼아 실수한 일로부터 여전히 도망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로 인해 실수한 일이 떠오를 때마다 내면에서 넘실거리는 불안감으로 아무도 모르게 힘겨워하지는 않았을까.     



https://url.kr/vfp4sy


매거진의 이전글 햇빛을 보면 돌연 눈물이 나는 이유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