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Feb 13. 2016

만약,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

선택에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전하는 몇 가지 제안

잠시, 시간 내어주실래요?

만약,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세상의 모든 고민은 관계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맞다면, 삶은 평생토록 피곤한 여정이 되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우리는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환경 속에 놓이게 되는 개인은 삶의 대한 경험과 그에 대한 해석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관계에서 파생된 고민을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뢰할 있는 사람에게서 듣는 조언은 참고해야 한다. 단, 고민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에 말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도록 자신의 관점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경험한다. 고민이 생기는 순간부터 시야가 흐려지고, 소음이 잦아들며,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나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민은 신기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고민이 만들어낸 고통은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과거에 머물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자신에게 더 애착을 갖도록 유혹한다. 마치 바이러스가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듯이.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고통에 빠져들게 한 이유들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하며 생각을 점차 상상으로 키워나간다. 깊어질수록 내가 고민하고 있던 ‘본질’은 흐려지고 그 사이에 불어난 이외의 것들에 집착하게 된다. 해결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게 된 고민은 점점 나를 잃게 한다. 느껴본 적 있는가? 나 임에도, 내가 아닌 것 같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이질적인 느낌.          


고민을 파헤치기에 앞서, 나의 관점을 점검해보자


먼저, 고민이 시작하기 전의 나로 돌아가 보자. 그때 나의 관점은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과거의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 여보자. 이어서 지금의 고민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고민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나로부터? 혹은, 다른 누군가로부터? 그리고 이것이 왜 나에게 있어 고민이 되어버렸는지 곰곰이 따져보자. 마지막으로 현재 내가 고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보다 부풀어진 고민이 새로운 고민을 계속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관점을 점검한 후엔 건강했던 마음을 회복하도록 노력해보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엔 반드시 ‘나를 되찾아가는 시간 갖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고민하는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 결정의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불현듯 찾아온다. 만약,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나와 현실 사이에서 선택의 오차범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건강한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첫 번째, 글을 써보자. 어떠한 형태도 갖추지 말고,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적어보자. 다른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 없이,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마음이 말하는 대로 손을 움직이자. 만약,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마인드맵을 추천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뻗쳐나가는 생각들은 현재 가진 고민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 머물고 있는 공간을 산뜻하게 정리해보자. 고민이 깊어진 사람들을 통해 흔히 알 수 있는 외형적인 변화. 가령 예를 들면 생기 있던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지고, 말수가 적어지며, 작은 일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의 행동 이외에도 중요한 단서를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단서는 바로, 머물고 있는 공간을 살펴보는 일이다.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은 그 사람이 머무는 공간 또한 어지럽고 지저분할 확률이 높다. 떠올려보자. 나의 공간은 정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지. 만약 어수선하다면 잠시 하던 일을 제쳐두고 정리를 시작하자.     


책 '낭비 없는 삶'에서는 정리에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정리란 인생을 설계하는 기초이다. 정말로 나답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면 꼭 필요한 것들로만 삶을 채우는 질서부터 다시 세워보자. 만약,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스스로 변화하기를 갈망한다면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라. 내가 머무는 공간을 정리하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생활의 '재고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가치를 가려내고 나면 삶의 체계가 잡히고, 생활도 안정될 것이다.      


세 번째,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보자. 여기에서 취미활동이란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닌, 나를 몰입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표현이 포괄적이라고 해서 일 적으로라도 빠져들라는 건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그것이 주는 성취에 몰입해보자.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을 받으며 내적으로 충만해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몰입이 주는 쾌감을 통해 긍정 에너지를 채워나갈수록,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인생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위의 세 가지 활동을 통해 마음을 회복하며 철저히 내가 되어보자.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한 나가 되기 위해.    


마음이 회복되었다면, 잠시 덮어두었던 고민을 시작하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주된 고민은 퇴사였다. 비록 퇴사를 한 이후였지만 관점을 점검하고 건강한 마음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한편으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퇴사에 대해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상적인 성격을 지녔다. 한 조직에 몸 담았었고, 평생 뜻을 같이 하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것을 얻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이 나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지 않았을 뿐이지 틀린 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료들은 즐겁게 일하고 있을 테고, 여전히 누군가에겐 입사하고 싶은 직장이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비합리적인 구조를 벗어날 순 없다. 구성원들 간의 노력으로 줄여나갈 순 있겠지만. 따라서 나의 기준으로만 조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이란 애초에 없었다. 연애할 때를 떠올려보자. 전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연애가 길어질수록 우리는 종종 권태기를 경험한다. 권태기란 무엇일까? 뜨거웠던 사랑이 원인모를 이유로, 혹은 너무 많은 이유로 식어버린 미지근한 관계의 시간이다.


권태기가 왔다. 조직과 나는 미지근한 관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았다. 돌이켜보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는 서로 맞지 않았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퇴사에 대한 숱한 고민들로 방향을 잃었던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하고. 원했던 만큼, 나는 나를 잘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이나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까지. 하지만 알면 알수록 나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의 나는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것뿐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나는 나를 충분히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퇴사를 결정하는데 스스로 납득할만한 핑계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러나 꼭 겪어야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나고 보면 알겠지만 어떤 결정을 내려도 결국 후회한다.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후회가 적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건강한 마음'을 회복한 후에 고민을 시작했으면 한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꿈꾸었던 조직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결심했다. 바라고 바라던 조직이 없다면 나부터 변화해보겠다고.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바라기만 했던 것들을 나부터 실천해볼 테다. 어떤 어려움들이 내 앞에 들이닥치더라도 이겨낼 테다. 언젠가는 나와 조직 모두가 이상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느릴지라도 천천히. 무엇보다, 행복하게.


고민 끝에 나는 퇴사했고, 이미 지난 시점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옳지 않다. 조금 두려울지라도 과거의 나를 믿고 한 걸음씩 걸어가는 수밖에. 또한 잘했다, 못했다와 같은 막무가내 식 평가에 눈여겨두지 않았으면 한다. 내일이란, 오늘의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순간의 노력들을 쌓아가며 나의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꿈꾸면 된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자.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나는 여러분의 선택을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 상사가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