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우이령길)에 다녀왔어요. 저는 둘레길이면 그냥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예약을 직접 하겠다고 하여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예약일을 기다렸어요.
둘레길에 가기로 한 아침이 밝았어요. 아빠와 저는 704번 버스를 타고 석굴암 입구 정류장(양주시 교현리)에 도착했어요. 푯말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둘레길 안내소가 나왔어요. 21구간을 걷기 위해서는 QR코드 인증이 필요해 보였어요. 아빠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왔다고 했고, QR코드를 인식하는 곳에 그 사진을 갖다 댔어요.
하지만 QR코드는 좀처럼 인식되지 않았어요. 주춤거리는 저희를 보았는지 안내소에서 직원이 "잘 안되셔요?" 말하며 다가왔어요. 아빠가 QR코드를 캡처한 사진을 직원에게 보여주자 직원은 "아이고, 캡처한 것으로는 입장이 어려운데요. 제가 예약자 내역에서 이름으로 찾아볼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요?"라고 물었어요.
아빠는 이름을 얘기했고, 그 이후로 이어졌던 직원의 응대는 한결같이 친절했어요. 입구에 들어서며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고 말하던 그 직원의 마지막 말에 괜스레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둘레길을 막 걷기 시작했지만, 기분만큼은 완주한 것처럼 상쾌했어요.
기분이 좋아졌던 저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어요. 이처럼 누군가를 향하는 부드러운 마음, 친절에는 아주 작고 간단한 일이라도 사람을 기쁘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리고 친절은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요. 그리하여 저는 그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마음을 전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인상을 쓰며 "캡처한 것으로는 입장이 불가하세요"라고 딱딱하게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선하게 웃으며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우리에게 내비쳤지요. 저는 그가 우리 가족에게 베푼 사소한 친절을 곱씹으며 말과 행동에 친절 한 스푼씩을 더하는 오늘 하루를 또한 살아볼까 해요.
여러분께서도 가까운 관계에서부터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낼 수 있는 소소한 친절을 베푸는 그런 순간들을 살아가길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