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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Dec 23. 2022

나는 그저 내 몫의 최선을 다한다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었어요. 뉴스나 기사에서는 연일 '한파'라는 용어를 사용했어요. 그만큼 추웠고, 면접이라지만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을 수밖에 없었지요. 제가 보았던 면접은 자격증에 관한 것이었어요. 저는 일찍이 친구들과 면접 준비를 하였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제 면접 준비의 대부분이었지만, 저는 합격을 기원하며 시험장으로 다가갔어요.


지하철에 탈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졌어요. 양손을 허리춤까지 들어 올리니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어요. 코는 호흡을 잊은 것처럼 조용했고, 면접 준비를 한답시고 펼쳐놓은 책 위로 여러 장면을 빠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직 시험장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 남짓 남았었지만, 알지도 못하는 면접실에서 면접관들에게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는 상황을 상상했어요. 그러한 장면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나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저는 4개월 전에 비슷한 자격증 면접을 본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에 확진되고 3일 만에 치른 비대면 면접이었고, 보란 듯이 떨어졌었어요. 그때 경험한 충격과 좌절감은 어마어마했어요. 자격증을 따고 취업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면접을 잘 본 것도 물론 아닐 거예요. 떨어질 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떨어졌을 테니까요. 하지만 기대했던 합격이라는 발표 앞에 '불'이라는 언어가 붙은 것을 확인하던 순간, 품고 있던 희망은 절망이 되어 제 마음을 끊임없이 갉아먹었어요. '왜 그때 그렇게 대답했을까?' '왜 그때 코로나에 걸렸을까?' '왜 그때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들은 저를 더욱 절망에 빠트렸어요.


무려 4개월이나 지났으니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막상 시험 당일이 되니 공포감에 시달리게 되더라고요. 아침 일찍이라 누군가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어요.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도 없었고요. 여전히 달리는 지하철 안에 있던 저는 면접실과 면접 자료를 오가며 씨름을 하고 있었어요. 붙고 싶다는 소망과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사이를 오갔지요. 


지하철에서 나오자 시험장 도착까지는 15분 남짓 남았었어요. 이 안에 마음을 잘 돌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면접관들의 심각한 표정이 떠오를 때에도, 저의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떠오를 때에도, 불합격 소식을 확인하는 순간이 떠오를 때에도, 저는 제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안아주기로 결심했어요. 시험에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올라올 때에 저는 양팔을 크게 벌려 안아주었어요. 지난 시험 결과에 대한 좌절감이 올라올 때에도 저는 양발까지 크게 벌리며 잔뜩 안아주었어요. 면접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감이 올라올 때에도 저는 기꺼이 웃으며 안아주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온몸과 마음에 행복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어요. 비로소 숨이 트이는 느낌이 들며 살아있다는 기쁨이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상태에 머물며 저는 하나의 문장으로 제가 가져야 할 태도를 정리할 수 있었어요. 


'나는 그저 내 몫의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제 마음을 정리하자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어요. 면접 시작까지는 15분 남짓 남았었지만, 햇볕이 들어오는 시장 한 편에 가만히 서서 편안하게 호흡하는 여유도 즐겼어요. 더 신기하다고 느꼈던 건, 면접실에 들어가기 직전 1-2분 남짓한 시간 동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할 때였어요. 분명 심장이 터질 듯 떨리고, 손끝은 한파에 내몰린 나뭇가지처럼 흔들렸어야 하는데. 저는 고요하게, 그 순간에 머무를 수 있었어요. 곧 맞게 될 긴장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어요.


시험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평온했던 시험 때와는 달리 오히려 떨어질까 봐 불안한 요즘이에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제 몫의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을요. 그 이상으로 해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저를 위해 다시, 또다시 안아주려고요.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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