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저는 헤드폰을 끼고는 해요. 숨을 쉬기 위해서예요.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서는 회사 안에 있는 야외 원탁으로 가요. 관리되지 않는, 나무로 된 그 탁자가 제게는 집과 같아요.
사무실로 오가는 통로 한 편에 야외 공간이 있기에, 그곳에 앉아 있으면 모든 직원들의 시선을 받게 돼요. 처음에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어떨 때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도 있었어요. 지금은 누구도 제 집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아요.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인 열두 시 반부터 오십 분까지는 저만의 공간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제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의식했어요. '관심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까?', '남들과 다르게 보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썩어가는 의자에 앉은 제게 찾아왔어요. 이러한 생각들과 실제 사람들의 반응에도 가만히 앉아 견딘 결과, 저는 회사에서도 숨을 고를 여유를 갖게 되었어요.
시작은 의자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게 전부였어요. 한 번씩 눈을 감고 호흡을 느껴보기도 하면서요. 이제는 헤드폰도 끼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하늘을 올려다봐요. 저는 이 시간을 통해 '나'와 만나요. 업무를 할 때의 저는 친절하고 유능해야 한다는 가면을 써요. 불친절했다고 생각되거나 실수한 것을 발견하면 저는 스스로에게 불같이 화를 내요. 진실한 '나'는 소외될 수밖에 없어요.
'나'는 자연을 좋아해요. 볕도 좋고, 흙도 좋고, 풀과 꽃, 나무, 하늘, 구름, 바람처럼 자연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사랑해요. 네 평 남짓한 이 공간으로 나오면 자연과 만날 수 있어요.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연의 일부가 돼요.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눌러쓴 가면으로 억압됐고, 외면했던 마음을 어느새 발견해요.
이 시간은 제게 전부이자, 찰나예요. 영원하면서도 지극한 짧은 순간이에요. 자연과 어깨동무하며 그때를 소중히 살아가요. 다정하게 만났다가, 큰 아쉬움 없이 헤어져요. 저와 자연, 그 공간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집에서 그때를 떠올리고 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과 해결되지 않는 상황,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구속받았기에 더욱 자유한 그 시간을요.
볕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이른 아침에도 다만
형광들 아래에 앉아
벚꽃의 재잘거림
고른 숨으로 바라보던
그때가 생각나
달궈지는 마음
닿을 수 없는
봄의 세계를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