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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Aug 05. 2023

마음을 발견하는 치유적 글쓰기

모처럼 브런치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써보는 글에 설렘을 느낀다. 오늘은 어떤 글이 쓰일까. 이 순간,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호흡 하나에 글자 하나, 전율 한 번에 미소 한번, 흔들리는 몸짓에 느껴지는 감각이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로 나를 데리고 온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오늘이다. 아직 근무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다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한다. 압도할 듯한 양의 일을 처리해야 되는 날이면 조급함이 앞선다. '오늘 안에 다 끝낼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손끝이 떨린다. 불안한 마음에 쫓기며 하나의 일조차 쉽게 끝맺지 못하고 실수를 남발한다.


나는 안다. 오늘 내가 얼마나 치열한 하루를 살아갈지. 정확하게 계산하려다가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일에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고객이 오갈 때마다 가슴 졸이며 맞을 게 훤하다. 나는 그래왔고 그런 사람이니까.


나는 또한 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직 마음 쓸 만한 일이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평안함을 느끼며 한 글자씩 써나가고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사무실에는 나 혼자 있고, 불도 켜지지 않았으며, 피아노 반주에 의지한 채 오직 마음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어제는 부품 하나가 불탄 기계처럼 고장 난 모습이었다. 아무도 내게 무리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무리를 자처한 까닭이다. 적은 일이라도 많은 것처럼 해내는 게 나의 특징이다. A에서 B로 가면 되는 과정을 A1로 갔다가, A2도 들렀다가, A3도 갈까 고민하다가 끝내 B에 도달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지는 않을까?'을 끝없이 생각한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큰 편이다. 주어진 모든 일을 실수 없이 해내고 싶어 한다. 유능하다는 소리도 듣기를 원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실수가 따른다. 실수를 저지른다기보다는 일어나게 된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던 실수한 부분이 돋보기 앞에 놓인 물체처럼 확대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발견된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이다. 일을 하며 발생하는 실수들은 대체로 그 즉시 대처하면 큰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면 큰 상황이라는 표현도 참 모호하다. 무엇이 큰 상황일까. 만약, 감당하지 못할 실수가 일어난다면 그 실수는 무엇이고 감당 못할 상황은 무엇인가. 나는 애초에 실체 없는 불안에 앞서 겁을 먹고 곧장 B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했다.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게 느껴진다. 불안이 허상을 쫓고 있었구나. 나를 위협할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구나. 앞으로도 벌어지지 않을 수 있고, 벌어지더라도 그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이겠구나. 이제야 비로소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이제 글을 마치고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가슴이 답답해오며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 오늘은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못한 듯하다. 그러므로 나 자신에게 큰 기대를 갖지 말아야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해야겠다. 급한 일부터 하나씩,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일까지만 하고 일찍 퇴근하기로 결심했다.


내게 주어진 30분 남짓한 시간이 끝나간다.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즐거웠다. 기쁘다. 마음과 만날 수 있었으니. 마음을 알아주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Image by マサコ アーント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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