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파트를 향한 꿈은 멀기만 하고

by 두근거림

나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 아빠의 연초를 분해하여 담뱃잎을 씹을 뻔한 적은 있지만, 불을 붙여 입술로 가져간 적은 없다. 물론,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다. 술도 즐기지 않는다. 가끔 집에서 마시는 맥주 한 캔이면 충분하다.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 제로 콜라를 시키며 안주빨을 내세우는 이가 바로 나다.


옷 사는 걸 좋아할 때가 있었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부터 엄마가 사주는 옷을 끊었다. 옷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샀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실까요?"를 거쳐야만 한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직원에 시야에 속하는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옷들은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색상이 사진과 달랐거나, 디자인이 취향과 맞지 않았거나, 사이즈가 예상과 다를 때가 많았다. 돈은 돈대로 쓰지만, 옷은 쌓여가지만, 입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며 매달 100만 원 이상 저금했다. 서른다섯이 되어 중고로 첫 차를 갖게 되었다. 심지어는 서른여덟에 자취를 처음 시작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은 아니지만, 입지 않을 옷을 사느라 낭비한 돈이 컸지만, 개인의 기호와 새로운 경험을 기피하는 까닭으로 소비가 많지 않았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도 급여는 많지 않았다. 사회복지기관에 처음 입사했을 때도, 마지막 기관에서 퇴사할 때도 연령대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리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도, 나이대에 해야 하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늦어도, 소득 자체가 낮으니 돈을 모으기 어려운 조건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금액을 매달 저금할 수 있었던 데는 역시 가족의 도움이 컸다.


서른여덟까지 자취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건, 가족들과 쭉 함께 살았다는 걸 의미한다. 부모님이 제공하는 (의)식주를 공짜로 받으며, 각종 공과금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으며, 부모님이 제공한 주머니 속을 내가 이룩한 반경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누나는 일찍이 상업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회사에 곧장 취직했고, 첫 회사에서 20년째 근속 중이다. 결혼도 누나가 스스로 번 돈으로 했다. 누나가 독립적으로 살아간 덕분에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부모님의 지원과 일찍 철이 든 누나가 있어서 나는 적은 금액을 대출받고도 전세로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 인식이 확장되기 마련이다. 경험과 성찰을 통하여 자신을 향한 행동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독립을 준비하면서부터 일 년간 혼자 살아가며 주거에 관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아파트, 된다면 서울, 기왕이면 넓은'


사람들이 집을 투자의 목적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세를 알아볼 때만 해도 가진 돈을 최대한 활용하고 대출을 적게 받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이자도 내야 하고, 채무 상태가 되는 게 싫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대출을 최대한 받고, 보유한 현금은 투자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갭투자(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은 부동산을 매수하는 투자 방식)라는 용어도 새로 배웠다.


"수호야, 너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이라고 들어봤어?" 조카들과 브롤스타즈를 하던 내게 매형은 물었다. '아.. 아니요. 디딤돌이라고는 문제집 만드는 출판사 밖에 모르는데요?' 이 반응은 언어로 형성되기 전에 나에 의해 기각되었다. 매형은 생애 최초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너도 조건이 되니까, 오늘 아예 전망 괜찮은 동네로 구경 가보자" 매형은 말했다. 나의 장래를 걱정하는 매형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누나는 보조석에 타고, 매형은 운전하고, 나는 뒷좌석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아파트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매형에게 반응했다. '조카들은 지금쯤 집에서 브롤스타즈를 즐기고 있을 텐데!' 이 생각은 또한 새가 모이를 쪼듯 매형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나에 의해 기각되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던 계절, 새벽 도심을 드라이브하던 내게는 아파트보다, 네온사인보다, 하늘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빽빽하고 번쩍이는 도시 풍경보다 고요하고 담담한 새벽하늘이 나는 좋았다.


며칠 뒤, 나는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차하여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발견해도 대출 자격이 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도중, 낯선 용어를 하나 발견했다. 그곳에는 미혼단독세대주라고 적혀 있었다. 뜻을 찾아보니 말 그대로 결혼하지 않은 단독 세대주를 의미했다. 나처럼 만 30세 이상의 미혼인 사람이 디딤돌 대출을 받게 되면 주거 전용면적, 담보주택 평가액, 대출 금액이 부부나 가족일 때보다 조건이 나빴다.


예상과 달랐다. 그야말로 작은 집을 사는데, 적은 대출금만 보탤 수 있는 상품에 가까웠다. 나한테는 내 명의로 된 집이 없으므로 평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집이라도 감지덕지하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받아 30년 동안 상환하며 좁은 평수라도 아파트를 사고 싶었던 내게는 빡빡한 기준에 가까웠다.


"형, 제가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 알아보니까 저처럼 결혼 안 한 단독 세대주는 조건이 다르던데요?" 조카들과 어김없이 브롤스타즈를 하던 나는 매형에게 말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누나와 눈을 동그랗게 뜨던 매형, 그러니까 우준이와 서준이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처럼 말했다. "너, 그러면 결혼해야겠는데?"


bridge-6314795_1920.jpg Image by Joanjo Puertos Muñoz from 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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