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거리

by 마리스텔라

해넘이가 예쁜 날이다.

초여름이지만 낮에는 햇빛이 강해 나가지 않고

저녁산책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장마가 시작될 거라 한다.

비가 오면 한동안 나가기가 어려울 테니

그나마 구름이 낀 날도 감사하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큰 도로가 있는 보도교 가로수 옆에 흔하디 흔한 꽃으로 장식된 단지를 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그냥 지나쳤었다.

오늘은 양재천 천변에서 처음 보는 야생꽃인 큰 물칭개나물을 발견하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수수하고 작은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취미로 꽃사진을 찍길 즐긴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색의 꽃은 평소라면 관심이 가지 않았을 것이.

해가 기울어 서쪽 하늘을 향해가고 있는 그 빛은 아련하였다.

오늘따라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꽃분홍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역광의 은은한 빛이 만든 풍경 속으로 점점 더 이끌리고 있었다

- 다시 생각해도 그 순간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다 -

환상의 꽃밭에 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본 큰 물칭개나물


작은 꽃을 가까이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대고 찍는 일은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휴대폰을 새로 구매할 때는 특별히 카메라 기능에 관심을 둔다.

오늘 찍은 꽃사진을

어서 가서 정리할 생각을 하니 조금 들떠있는 데다

바람도 살랄살랑 불어 맘도 편안해짐을 느꼈다.

오늘은 다른 날보더 더욱 나에게 집중하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쳐오던 길의 풍경이어서 힐끔 보고 말았을 텐데 좀 특별한 알이긴 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이 길을 그저 바쁘게 지나다닌다.

그렇게 무심히 심긴 꽃단지는

도시의 소음과 공해에 노출된 체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인공적으로 심긴 조경설치물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강한 감정이 일렁이었다.

오늘 이런 경험 속에서 내 정서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조차 건드려지지 않고 회피해 온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위태로운 불안을 마주하였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게 익숙한 것 만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겁쟁이

그런 나와의 마주침이 이 처럼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나 자신과의 거리를 한걸음 좁히는 시도를 하고 있어 맘이 편치 않은 요즘이다.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의 멋진 나도 있지만

나이 든 내 안의 상처도

이젠 용기 있게 당당하게 바라보기로 한다.


오늘 저녁엔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먹어야겠다.

한 줌의 건미역을 불릴 준비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