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풍경이 되었구나
젊은 이들이 볼 때
옛날사람인 나는
굴뚝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범한 모양이지만 높이 우뚝 서있는 것이 힘차게 뛰어오르는 힘 같이 느껴져서 한참을 보고 사진도 찍었다.
찍어서 보니 멋져 보인다.
오래전에는 당연히 있고 반드시 필요했던 것들이
조금 드물게 보게 되는 풍경이 정겹기까지 하다.
그냥 바라보며 잠시 거기에 머물렀다.
내겐 시간 속에 머문다는 것은 여유를 주는 쉼이고 치유이기도 한 요즘이다.
예정도 없이 사라지는 어떤 것들은 쉽게 잊히기도 한다.
사라질 (?) 시간이 언제라고 알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기꺼이 편한 맘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까?
사용하던 물건이 싫증이 나서
또는 수리가 불가한 물건이나 훼손되어 쓸 수 없어진 것들이나 이 빠진 접시....
버리기로 결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끔은 간단히 살기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처분하기도 한다.
상태가 양호한 것들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지금이나 앞으로도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애정하는 내 물건들이 아직 신발장에, 옷장에 있다.
굽이 높은 예쁜 구두는 무지외반증이 있고 무릎이 아파지면서 신지 못하고 있다.
아까워서 특별한 날에만 입었던 옷, 특히 결혼했을 때 입었던 예복과 멋진 모자도 봍때마다 추억이 새록새록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다.
뜨개옷으로 속옷을 갖추어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디자인이 좋아 언젠가 또 착용할 것 같은 옷도 있다.
짧은 민소매 블라우스, 길이가 짧고 화려한 색상의 원피스, 지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가죽 가방은 이제 유물처럼 구식이나 애정하는 옷장에 있다.
이런저런 추억이 떠오를 때면 손질을 다시 해서 보관한다.
나는 1988년에 결혼을 했다.
10자 원목장롱과 이불장엔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목화솜이불과 방석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쓸 수 없이 낡은 반짇고리는 얼마 전 버려야 해서 버리기 전에 사진으로 남기고 눈물을 머금고 버렸지만 결국 지금은 후회로 남았다.
엄마가 준비해 주신 혼수품이고 아직 엄마는 살아계시는데 왜 그걸 버렸을까 하고 말이다.
"아직도 그런 것들이 있다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용 중인 것들은 내손에서 떠나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다소 있다.
내겐 여전히 예쁜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도 간혹 좋다고 말하면 기분도 좋아지니 그런 것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엄마가 손수 꾸려주신 것들에 대한 애정을 놓아버릴 수가 없다.
나와 함께 노후되어 가는 물건들이라도
언젠가는 정리하겠지만.
시간을 거슬러 가면 여전히 반짝반짝한 이야기가 소곤거리고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정리해도 되는 것들이고
그건 내 추억이며 따뜻한 포옹이고 안정감이다.
현재, 지금은 분명 선물이다.
그러나 과거의 흔적 또한 내가 아닌가?
공지영 작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에서 이런 글귀가 있다.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모두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있을 뿐
-헤르만 헤세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가변성.....
늘 하는 말이지만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는 거다.
난 오늘 향기 가득한
좋은 말을 하고
오늘 행복을 누릴 것이다.
곧 사라질 이미 낡고 쓸모없어진 굴뚝은 재건축과 함께 사라질 것이지만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겨질 것이다.
비록 흐려지는 기억이 될지라도 어떤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