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프니?

제가 아파요, 마음이

by 마리스텔라

목소리보다 더 무겁게 맘이 짓눌습니다.

독립해서 따로 살고있는 아들에게서 문자를 받았어요.

문자로는 상대방의 감정을 세밀히 파악하는 것에 제한이 더 많기도 하고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지요.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때론 맘의 부담감이 있고 되도록 피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목소리에 일일이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공간의 제약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전할 목적으로 문자를 통해 전해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이의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원망과 불신은

오랜 시간 누적된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어요.

차라리 내가 쓰레기통이 되어야만 했지요.

엄마인 난 자책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어요.

남편은 아들이 부모와 상의 없이 진로를 변경한 것에 대해 못마땅하고 화가 나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들은 부모의 조언이 통제로만 느껴져 향후의 삶은 자신의 의지로 개척하기로 했어요.

반면 남편은 부모의 기대와 다른 길을 가려는 것에 염려를 했고 강한 반대의 입장이었지요.

나는 이런 남편과 아들의 입장 차이를 잘 알고 있었어요.

누구의 편이 될 수 없고 판단도 안 되는 막막함과 불안함에 위축되어 있었지요.

속절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상황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갔어요.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고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감정의 골은 깊어져 시간이 길어질수록 걷잡을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어갔어요.

이제는 더 견디기도 어렵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했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주길 나에게 요구했어요.

지금의 상태라면 남편은 아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언제 알려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고민의 시간만 보내야 했어요.

중재를 못하는 나의 태도에 아들 또한 분노하기까지 합니다.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니까 그저 들어주기만 해야 했을까요?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것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것은 나 또한 적응 장애상태였음을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어요.

불안과 우울이 일상을 어두움의 공간에 가두게 했어요.

알 수도 없고 느끼지도 못했다는 거예요.

문제해결 능력이 상실된 즈음에서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지요.

깊은 한숨이

입김이

심장에서 나와 흘러요.

얼기설기 묶이고 꼬인 시선 초점을 흐려요.

런데 참 이상해요.

알 수도 없는 낯선 공간에 한숨이 내려앉아요.

곧 메아리가 되어 들려요.

그것도 의미 없는 소리로요.

둥둥 떠다닙니다.

스스로 생각 속에 갇힌 무수한 질문과 답을 하던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무모한 용기를 내어요.

이야기할 말을 마치 연극의 대사를 연습하듯 하기도 했어요.

그것은 오히려 좌절감만 키운 꼴이 되었어요.

현실 직시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들 어떻게 견디고 회복하는 것일까요?

직면한 현실은 만만치 않고 나도 모르게 회피하는 것으로 아이는 더욱 궁지에 몰렸던 것을 너무도 늦게 알게 되었어요.

친정아버지께 지나온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제게 이렇게 질문하셨어요.

"마음, 아프니?"

나는 순간 대답을 못해요.

'아프?'

'아프지?'가 아니고 '아프니?'라니요.

제가 알아차리길 기다리고 계셨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

"네, 저 마음이 아파요"

이제 깊은 한숨이 의미 없던 울림이 명확하게 들려요.

용기를 낸 건 오히려 아이였어요.

뒤늦게야 얽힌 매듭을 확인했어요

무작정 시간이 해결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오던 오늘이 곧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아픈 만큼 아파야 했었나 봐요.

필요했던 시간이었고

오해로 시작된 것들이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현실직시와 용기로 대응해야 함을 알아요.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아이의 공격적인 표현을 요구라고 생각했던 오류를 바로잡고

도움의 요청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해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기로 합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고통을 알아주어야 해요.


"아버지!

제가 아파요, 마음이"

아버지가 이제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 많이 아프지, 너는 엄마니까 이겨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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