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아요
반짇그릇 안의 무명실이 우연히 눈에 들어와요.
그동안 주부로 살아가면서 이 실을 쓸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기억으론 결혼 후에 한두 번쯤 썼던 것이 전부입니다.
이후로는 쓸 일이 없었네요.
결혼 당시에 침대를 신혼살림으로 샀기 때문에 두꺼운 이불을 덮을 일이 없었어요.
손님이 오실 경우 드물게 사용했지요.
부드럽고 색이 고운 청홍 비단이불이에요.
사용하지 않았던 이불은 장롱 안에 고이 개켜두었어요.
20년도 지나도록 나의 반짇고리함에 엄마가 종이 실패에 감아 두신 것이 지금까지 담겨있어요.
언제였나를 생각하니 벌써 한참 지난 그 시간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렀네요.
이불호청을 벗겨 세탁을 하고 다시 꿰맬 때 필요했던 그 무명실이에요.
새 실도 얼마든 한참 쓸 만큼 있어요.
내가 결혼할 때 엄마가 사주신 것이 아직도 있지요.
벌써 40년이 다되어가는데 언젠가 맞아들일 며느리-아직 나에겐 없지만-에게 물려주어도 또 언제 다 소모될지 모를 만큼 있네요.
그런데도 엄마는 쌀을 사면 포장의 포대에 박음질되어 있던 실을 조심스럽게 풀어서 단단한 종이에 돌돌 감아 놓으셨어요.
그렇게 써야 한다고요.
이불깃을 꿰맬 때 쓰면 되니 무조건 버려지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셨어요.
워낙 알뜰하시고 아끼는 것이 습관이 되신 이유지요.
그 뜻을 나는 좋은 맘으로 수용했어요.
그런데 벌써 오래전에 보관했던 이 실은 언제 사용할지 모르고 사용할 일이 없을 듯합니다.
요즘은 침대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죠.
손쉽게 사용하는 침구가 있기 때문이에요.
예전엔 두꺼운 솜이불을 만들 때 호청을 일일이 꿰매었지요.
혼수품에 당연히 포함시킨 이불은 엄마들이 딸을 혼인시킬 때 직접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드셨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주택 자체가 난방도 잘되기도 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침구는 언제든 사면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이 실은 기념품처럼 보관되어 있어요.
버릴 수가 없어요.
엄마와의 추억이 이 실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엄마의 따뜻한 체온과 부드러운 미소와 음성이 들리는듯해요.
오늘도 엄마와 통화를 했어요.
선하시고 얌전하신 수줍던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행복해요.
"엄마!
저에게 좋은 교훈을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