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록 이러하여도

기꺼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by 마리스텔라

'소원이 무엇이지요?

지금 당신이 바라는 것을 알고 싶어요.'

내게 물었다.

대답이 없다.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때때로 스멀스멀 나를 건드리는 것은 막연함이었다.

알고 싶었고

답을 찾고 싶었다.

비겁한 합리화는 조금씩 더 나태함을 가져왔다.

매일 시간을 머무르게 할 수도 없으면서 허무하게 더 깊은 바닥으로 내던졌다.

어떤 이는 내가 감사함을 잊었다 하고

착각 속에서 단정해버린 탓이라고도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속사정을 드러내보였.

그때서야 사연을 알게 된 지인들은 때론 위로를 건네고 손을 잡아주었다.

난 그런 관심에 울컥하기도 했다.

감사한 것을 찾았다.

'그것이 정말 그랬단 말이지?'

하며 단정 지었던 것이 착각이라는 것도 알게 된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나를 초라하게 한다.

나는 같은 처지에 있는

날 가장 아끼고 잘 안다고 생각한 내 아이에게 지금은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내 감정이 착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나를 직접 대할 용기가 없어서 만남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안부조차 편히 물어보지 않는다.

가족인 듯 아닌 듯 헷갈리는 관계에 얽히기 싫은듯하다.

아니 진정한 가족이 없다고 했다.

난 그렇다면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 걸까?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나도 모르겠다.

스스로 생각해 봐도

뭘 기대한다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는데 아이는 오죽 답답할까?

이제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1년을 넘겼다.

그 시간이 다가오기 얼마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다.

그리고 이제 막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적어도 아이의 입장이란 걸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모두가 진실이 아니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듣지 않았던 이유를 조금 늦은 지금에야 알아가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를 몰랐다고

몰랐다는 핑계를 대고

멍들게 했고 통증을 차곡차곡 얹혔던 무지가 지금의 우리를 어둠에 갇히게 한 것이었음을.

이제 잠깐의 냉랭한 시간을 기꺼이 접어가는 시도를 가질 때가 오고 있다.

내게도

아이에게도

기꺼이 마주 대할 시간이.

죄책감이 아닌

나를 온전히 받아들임으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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