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최근 일어난 가족 간의 갈등이 끝내 수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냉랭한 분위기는 날이 지나갈수록 고조된 상태다.
노력해도 계속 어긋나는 심리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남자는 봉지에 전기구이 닭 한 마리를 포장해서 귀가했다,
식탁 위에 덩그러니 열린 채 놓인 봉지를 별생각 없이 접시에 옮겨 담았다.
어디서 사 왔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같이 먹자고 사 온 거겠지 했다.
그냥 본인이 먹고 싶어서 사 온 것일 수도 있었다.
아직 따뜻해서 에어프라이어에 데울 필요가 있을까?
나라면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남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그냥 놓았다가는 또 잔소리를 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 결국 기계를 작동시켰다.
식으면 식었다고 야단하고
데우면 적당치 않다고 야단을 할 테니
조금 타더라도 식은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데우기가 끝나고 기계에서 꺼냈다.
심란하고 급해진 맘에 손이 떨렸다.
꺼내려하다가 아주 잠깐사이에 그만 뜨거운 기계내부에 손등이 닿았다.
급히 손을 빼고 나도 모르게 입에 댔는데 왜 그런지 어이없게도 단맛이 느껴졌다.
몇 초나 걸렸다고 물집이 잡히는 화상을 입었단 말인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작은 일에도 불쑥불쑥 그러한 심리는 더욱 자신을 할퀸다.
누구 먹이겠다고 내키지도 않는 것을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나.
내게 생긴 일을 알려야겠기에 한마디를 내뱉었다.
"화상연고가 있나?"
남자를 쳐나 보며 물으니
" 당신이 더 잘 알겠지" 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무관심하게 슬쩍 흘리는 태도에 더 치가 떨렸다.
밥상을 마저 차려 데워진 닭을 꺼내서 주니 혼자 먹기 시작한다.
난 절대 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러면 또 화를 낼 것 같았다.
데인 부분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찬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데
얼마나 다쳤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던 남자는 식탁에서 일어나더니 약장 속 상자를 들쳐보고 화상연고가 있다며 내밀었다.
대꾸를 안 하니까 식탁 한구석에 툭 던졌다.
어이없지만 찾아주었으니 빨리 바르고 나아야지 하며 감정을 추슬렀다.
약을 바르고 일회용 밴드를 붙이니 서러웠다.
손등을 바라보았다.
억울하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 상처는 아물었지만 그 여자의 마음엔 딱지가 하나 더 얹혔다.
어떻게 이렇게 까지 마음이 닫히고 팍팍해진 건지 도무지 진정이 안 되는 여자다.
회복탄력성이 무참히 저하된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감사하는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고 원망과 피해망상마저 생긴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래도 여자는 고통의 시간을 버티기로 했다,
자신이 단단해져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그동안 노력하며 살았잖아?"
수고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칭찬을 한다.
오늘 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충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