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용기를 철회하기

위안을 받아들일 마음

by 마리스텔라

그 남자는 건강 염려로 병원쇼핑을 해왔다,

"어디에서도 본인이 원하는 병명이 나오질 않았다.

머리가 아프니 진료를 받아야겠다.

왜 머리가 이렇게 아픈지 검사를 해달라고 해야겠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나더러 신경성이라니 말이 돼?

약조차 주지 않고 정신과를 가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스트레스성이니 그냥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못된 부정적인 심리에서 벗어나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히 머리 아픈 것이 사라질 거라고?

그래, 그렇다면 다른 과도 가서 상담해야겠네.

요즘 시력도 떨어지고 어지럽기도 하니 안과를 가보자.

시력검사하고 안경 처방도 해달라고 해야겠다.

검사하니 노안이라고 하네, 누가 그걸 몰라서 의사를 찾아왔다는 말 인가?

돈 낭비, 시간 낭비만 했네.

안경 처방은 받았지만 새 안경을 사려면 어차피 안경점에서 나에게 맞는 것으로 맞추면 될 텐데 뭘.

이럴 거면 다 믿을 수 없으니 다른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보자.

여기서 한 검사 결과며 의사기록을 복사해 가야겠네.

사진 찍은 것도 가져가자.

다른 병원에 가서 이상한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 두고 봐, 모두 증빙해서 오진에 대한 피해소송을 해야지."

나에게 왔었던 내담자는 이렇게 날로 강박에 시달리고 더욱더 불안해져 갔던 남자는 이제 쉰여섯이 된 사람이었다.

그렇게 처음 만나고

어느 날엔가 거의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찾아왔다.

아, 그때 그 환자가 왔네, 또 어디가 아픈 걸까?

새로 진료한 다른 병원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하니 미쳐 버릴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젠 또 다른 병원에 가려면 기록이 필요하니 조언을 해달라며 것이었다.

본인이 이상한 게 아니고 정상인데 모두 자신이 정신질환이 의심된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했다.

죽어야 하는데

유서를 써야 하는데 지금은 할 일도 좀 남았고 바빠서 아직 못 써놓았다고 했다.

늙으신 노모가 요양원에 계셔서 조금 더 돌봐드린 후에 자살을 할 거라고 했다.

"정말 죽고 싶으세요? 언제 죽어야겠다고 생각 중이세요? 구체적인 방법도 생갸하셨나요?"

그 남자의 방문 이유에 놀랐지만 차분하게 질문을 했다.

"언젠가는 꼭 죽을 거예요."

눈은 한 곳을 응시하지 못하고 대면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불안해 보였다.

동공은 좁아져있고, 음성은 떨렸지만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고 등을 빳빳하게 바로 세우고는 의자 끝에 겨우 걸터앉아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피곤한 안색에 피부는 더 건조하고 체형에 맞지 않는 외투를 입어 말라 보이는 데다 주름진 얼굴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자살 예방 상담 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죽을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상담하시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 남자는 나의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급히 일어나 몸을 틀었다.

"여기 전화번호예요."

종이에 적어준 번호를 힐끗 보더니 가로채듯 가져갔다.

종종걸음을 하며 조용히 사라져 가는 그 남자의 어깨는 더 쭈그러들고 당당하게 펴고 있던 등은 굽어져 보이더니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 이후에 꽤 시간이 흐른 몇 개월이나 되었을지 모를 어느 날 나에게 왔다.

"나 지난번에 진료했던 의사를 만나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마치 전에 본인이 나에게 말했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확신을 가지는 듯 보여 나 역시 그저 질문하는 것에만 답변을 했다.

당신 죽지 않았군요, 잘못된 용기에서 벗어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위안의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때 제 말을 듣고 다시 사실 용기를 내주셨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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