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그저 평범한 날에
퇴직을 하면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지내야지 했었다.
틀에 얽매이거나 빠듯하고 바쁘지 않게.
나이가 들어 노년의 시간으로 접어들어서 이제는 나에게 휴식을 주게 되었다.
비록 나이가 들어 공식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인 연령이 되어 퇴직을 했지만
늦었거나 이른 시간도 아닌 요즘이다.
퇴직을 하고 두 달간 시어머니 간병을 하느라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에 시댁으로 출퇴근을 했다.
그런 이유로 퇴직을 한 것이 실감이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은 조금의 여유를 누릴 시간이 비로소 주어져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때로 티브이를 켜놓고 있을 때 여유롭고 싶었던 이 시간도 휴식시간의 일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퇴직 전에는 평일에 휴가를 받아 아침을 맞고 특별하지 않아도 급하지 않게 천천히 호흡하는 것을 느끼는 것도 평안함을 주기에 충분했었다.
특히 아침 해가 창문을 넘어 들어올 때 거실에 앉아 그 시간을 오롯이 누리는 것이 평화로웠다-
지금 생각해도 지나온 40년 가까이를 직장생활을 한 것이 얼마나 숨 가쁘게 지난 시간인지 감회가 새롭다.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이 계획 없이 그냥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런 맘이 들 때면 티브이에 대한 부정적 표현에 잠시 주춤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누가 한말처럼 티브이를 보는 시간이 정말 바보상자에 들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걸까?
나름의 규칙을 세워 특별한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좋은 프로그램을 보고 감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 마지막엔 시청자 여러분의 수신료로 제작되었다는 문구도 나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말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엔
종종 유튜브 시청도 한다.
때때로 마음이 뒤숭숭해서,
창밖의 햇빛이 실내로 퍼지는 이른 오전의 온기가
좋아서,
확실치는 않아도 어렴풋이나마 기억되는 추억의 장면들이 떠올라 잠시 그 시간에 머물러있어도 좋을 것 같아서,
친구가, 가족이 권유해 준 좋은 영상을 찾아볼 여유를 가지고 보고 싶어서,
지금이 아니면 감정이 무뎌지고 무감동하게
희석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찾아보다 보면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아침에 따뜻한 창가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남들처럼 아침방송도 보고 싶었다.
지금 그럴 수 있어 좋다.
비로소 그런 시간이 일상이 될 수 있어서.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그냥 쉬어도 되는 지금이 좋은 이유도 이런 시간이 주는 여유 때문이기도 하다.
안정을 필요로 할 때는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도 듣는다.
굳이 정해 놓는 건 아니지만 즐겨 찾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박한 나라의 여행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제로 다루어진 다큐멘터리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가벼운 일상적 대화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나올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그 드라마 있잖아.
시청률도 꽤 높더라. 주인공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더 몰입이 되더라고."
그런데
'뭘 이야기하는 거지?'
통 알 길이 없지만 아는 체를 하자니 그나마 제목 정도밖에 모르는 것이니 답답하다.
평소 티브이로 방영되는 인기드라마를 보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공통관심사가 적어 대화참여가 안될 경우도 있으니 그냥 듣고만 있는 것이다.
대화에 열중인 그들은 왜 그걸 모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힐끔힐끔 보기도 한다.
'모를 수도 있지, 뭐 꼭 봐야 되나?' 하지만
그러고 보니 요즘 인기가 많은 연기자 이름은커녕 외모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 관심이 없는 내가 그들에겐 오히려 신기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언제가 되었든 만나면 한 가지라도 알게 된 것을 말해볼까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긍금해지면 그때서야 지난 방송을 본다
'아! 이런 거구나.'
'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군'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관심사와 동떨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알아둘 필요가 있기도 한 것이다.
사는 것이 늘 철학적이거나 이상적인 것이 아니어도 되고 그냥 진지하고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도 되는 거지.
순간순간 궁금한 것이 떠오를 때 찾아보고
책을 통해 찾기도 하고 컴퓨터로도 찾지만 습관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는 티브이도 좋다.
유튜브 검색을 하고 보고 나면 알고리즘으로 연결되어 정보들도 점점 늘어간다.
평소 관심이 적었지만 어쩌다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다가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나 원하던 내용이 아니면 다른 콘텐츠를 본다.
시간과 공간만 있다면 언제나 접속이 가능하여 얼마나 편리한가.
난 젊은 세대만큼 빠르게 찾는 방법도 서툴고 이해도 한계에 부딪히기 일쑤다.
기계를 다루는 이해 수준이 높은 남편은 이러저러한 정보를 주고 함께 보기도 한다.
리모컨은 눈에 띄는 장소에 늘 놓여있다.
누가 먼저 리모컨을 선점하는가에 따라 관심거리나 선호하는 것이 다른 이유로 가끔 작은 실랑이를 하게 된다.
그럴 땐 양보를 해야 하지만
잠시는 같이 보다가 흥미가 없으면 다른 것을 볼 수도 있는데 연속성이 없으니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남편이 없는 시간이 될 때
다른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를 모아 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든 리모컨은 내가 먼저 잘 쥐고 있어야지 하고 혼자 속으로 웃어본다.
내 맘대로 보기가 주는 작은 즐거움도 필요할 때가 있다.
다음 시즌엔 어떤 프로그램이 시작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