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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k Nov 01. 2020

THUG LIFE

2Pac

3집: 갱스터 랩은 힙합 정신을 망쳤을까

19. THUG LIFE


'THUG LIFE', 이 말만큼 그를 잘 나타내는 말은 없을 것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 단어를 몸에 새기고 동명의 그룹까지 만들며 이를 갱스터 랩의 상징적인 슬로건으로 만들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나의 밈(meme)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그 원뜻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저 감옥을 오갔던 삶, 총에 몇 번이나 맞았던 삶, 역사상 가장 뜨거운 배틀을 벌였던 커리어가 부각되며 '거칠고 쿨한 삶' 정도의 뜻으로 남았다. 하지만 힙합의 역사에서 투팍이라 함은 단순히 '쿨함' 보다는 적어도 이런 수식어가 어울린다. 가장 짧은 생애를 가장 극적으로 살았던 본 투 비 스타, 삶 전체를 바쳐 투쟁에 뛰어든 뮤지션이자 혁명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노래를 불렀던 거리의 시인. THUG LIFE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하는 말이다.


'Thug'는 본디 '갱'을 뜻하는 속어로, 인도의 폭력조직 'Thuggee'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투팍은 이 갱스터의 정체성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아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가 1집 <<2Pacalypse Now>>(1991)의 발매를 한 달 앞두고 있을 때, 한 파티에서 양아치들과 시비가 붙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다툼에서 현장에 있던 6살짜리 흑인 아이가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한 투팍은, 흑인이 안은 비극이 그 누구도 아닌 흑인 자신들에 의해 대물림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팔에 'THUG LIFE'를 새겼다. 이 문장은 'The Hate U Gave Little Infants Fucks Everyone'의 줄임말로, '당신이 어린아이에게 물려준 증오가 모두를 망친다'라는 뜻이었다.


이런 투팍의 신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쫓다 보면 그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부모는 모친과 계부 및 대부까지 모두 흑표당(Black Panther Party, BPP)1)의 일원으로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다. 모친이 친부와 갈라서고 계부를 맞았지만, 계부 역시 범죄자로 몰려 경찰을 피해 숨어 지냈기 때문에 투팍은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모친의 품에서 보냈다. 따라서 투팍에게 모친 아페니 샤커(Afeni Shakur)는 가장으로서 강인함의 상징이었다. 만일 그런 아페니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투팍에겐 어떤 상황보다 비참하고 안타깝게 느껴질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아페니는 마약에 손을 댔다.


흑표당으로서의 강인한 모습과 동시에 마약에 의지하게 된 나약한 모습이 그가 부모님에게 느낀 상반된 이미지였다.2) 투팍은 흑인들이 사회로부터 흔히 강요받게 되는 이 나약함을 떨쳐내고자 했다. 그는 서부로 이사 온 뒤 갱스터 문화를 접하며, 흑표당의 정신과 더불어 '절대 굴복하지 않는 흑인'이자 '약자의 편에 서는 맹수'로서 갱스터의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세상 앞에 가장 당당한 갱스터지만 동시에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 뮤지션을 꿈꾼 것이다. 이런 바람이 담긴 앨범이 바로 1집 <<2Pacalypse Now>>였다. 앨범의 수록곡 <Brenda's Got a Baby>는 흑인 여성의 비참한 삶을 노래한 최초의 남성 힙합으로 꼽힌다.


She's 12 years old and she's having a baby
(그녀는 12살이고 아이를 가졌어)
In love with the molester, who's sexing her crazy
(섹스만 해대는 성추행범과 사랑에 빠져)


He left her and she had the baby solo, she had it on the bathroom floor
(그는 떠났고 그녀는 홀로 아이를 낳았어, 화장실 바닥에서)
And didn't know so, she didn't know, what to throw away and what to keep
(그리고 그녀는 몰랐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지)


한편, 이 앨범은 당시 미국 부통령 댄 퀘일(Dan Quayle)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한 청년이 텍사스 주 경찰관을 살해한 뒤 투팍의 앨범에 영향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부통령은 투팍의 앨범을 '잘못된' 음악이라고 명백히 비난했다. 하지만 투팍은 정치적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고수했고, 보란 듯이 앨범을 연달아 플래티넘에 올려놨다.


THUG LIFE. 갱스터이지만 평등을 노래하고, 총을 쏘지만 부패한 권력을 겨냥하는 일면 모순된 모습이 투팍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다. 투팍은 자신이 바라는 이상과, 이를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를 가져갔다.3) 그래서 뮤지션인 동시에 혁명가였고, 갱스터인 동시에 인권운동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는 갱스터 랩이 표방한 가장 완벽한 영웅의 면모였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는 비현실적이다. 현실의 비범함은 그 한계를 계속해서 시험받기 마련이다. 투팍은 짧은 전성기 동안 커다란 사건들을 연달아 겪었고 삶은 점차 위태로워졌다.




1) 흑표당(Black Panther Party, BPP): 1960년대 중반에 결성된 급진적인 흑인운동단체다. 이들은 경찰의 불법적인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자경단을 결성한 것에서 출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마블 코믹스에서 흑인 영웅 '블랙팬서'가 등장했지만 이름이 같은 것은 우연으로 알려져 있다.


2) 그런 탓에 투팍은 엄마를 매우 원망하기도 했다. 1995년 발매된 3집 <<Me Against the World>>의 첫 싱글 <Dear Mama>가 그 감정을 잘 담아낸다. 엄마를 원망했던 어린 시절과, 이를 다 용서하고 누구보다 사랑하게 된 현재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3) 쉽게 말해 만화 '원피스'의 루피 같다. 해적임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약자의 편에서만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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