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 만에 이발소 가는데 34도란다. 올해 들어 제일 덥다고 난리다! 아저씨는 물병까지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
떨린다. 이발소 앞이다. 누나는 이발소 아줌마를 붙잡고 사진까지 보여주며 요구사항이 많다.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눈을 마주친다. 찌리릿!
현란한 손놀림에 가위손이 따로 없다. 시원하다. 잘린 털은 수북한데... 앗! 거울이 없다.
이발소 아줌마는 요리조리 나를 뜯어보더니 땡땡이 넥타이 하나를 매 준다. 맘에 드는 컷이 나왔나 보다.
기다린 누나는 나를 보고 소리친다. “윈스턴, 오 마이 갓!! 너무 귀여워.”
아줌마는 손뼉을 치며 웃는다 “ 하하하, 얘 눈이 이렇게 컸어?”
아저씨는 나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허허, 이놈, 산책 가면 테디가 못 알아보겠네.”
그리고 누나의 가슴 철렁한 한마디 “ 너 참 낯설다!”
그렇다. 어마어마한 털이 없어졌다. 나도 내가 어색해서, 바야바 시절의 내가 아니어서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