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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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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Sep 26. 2021

귀한 손님

잔뜩 찌푸린 하늘에 나른한 오후 시간은 무료함가져온다. 갑자기 거실 창문 너머로 주둥이가 노란 작은   마리가 나무 위에서 아주 다급해 보였다. 동물들 일이라면 궁금해서  참는 남편과 딸아이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 딸아이는 담장 위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소곤소곤 말하였다. 그곳엔 새 한 마리가 위풍당당 자리를 잡고 떡하니 앉아 있지 않는가! 세상에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호주의 전통 새인 쿠카바라(Kookaburra)였다!


깊은 산속에서나 사는 귀한 새를 우리  마당에서 보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제야 다른 새들이 난리가 났던 이유를 어슴프레 알아차리게 되었다. 쿠카바라의 등장이 마치 자기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쿠카 바라는 꼼짝도 하지 않은  우리 집 담장에 꿋꿋이 앉아 있었다. 혹시나  호들갑에 놀라 달아날까  한걸음도 가까이 가기가 겁이 났다. 그저  담장 위에서 잠시 조용히 쉬다 가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딸아이는 자그마한 먹이라도 건네주려고 냉장고에서 작은 닭고기 조각을 찾았다. 배가 고팠는지 생각보다  받아먹으며 나름 생각지도 못한 친화력을 보였다.


쿠카바라를 처음 봤던 때가 문득 떠 올랐다. 10년도 넘는 기억 속에는 하늘 꼭대기 어디엔가, 높은 나무에 앉아 가끔 ‘쿠쿠쿠쿠쿠~~’ 하며  산새에 메아리를 들며 모두들 신기하게 했었다. 생김새는 통통하고 하얗고 하물며 귀엽기까지 해서 왠지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아마도 모두들 비슷한지 호주에서는 쿠카바라를 주제로 만들어진 동화책이며 노래들도 꽤 많다. 그래서인지 우리 마음속에서는  친근한 새이다.


남편과 딸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쿠카바라를 쳐다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날갯짓을 한번 푸드덕하더니 내가 있는 창문 근처로 날아오는  아닌가? 감지덕지하게도 내 앞에 사뿐히 앉아 주는 행운까지도 얻었다. 아이컨택  번이라도 제대로 해주려는 노력일까? 쿠카바라를  앞에서 보게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주 단단해 보이는 부리며, 곱게 빗어진 깃털에 오동통한 뒤태에 길게 달린 꼬리털이며 마치 동물원에서 가까이 보는 느낌이었다. 그저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아서 잠깐이지만  귀여운 모습에 도취되어서 카메라 셧터를  누르고 말았다. 쿠카바라는 자기 매력을 뽐내듯 한번 크게 ‘쿠쿠쿠쿠쿠~~’ 하며 웃어대더니  휘익하고 지붕을 넘어 아쉽게도 날아가 버렸다. 우리 모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올까 싶어서  자리에 꽤 기다리고 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쿠카바라가 앉아있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모처럼 분주하게 귀한 손님을 맞이한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 그 만남에 설레었고,  대접하며   있다 가라편안하게 해 주던 그 모습이 내가 많이 그리워하는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과 닮아 는 듯 했다.  잠깐의 시간에 우리 가족에게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어  쿠카바라는 조금은 지친 일상에 작은 행복을 끼게  주었다. 또한 다시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도 얻었다. 행복과 기대감이 공존한다면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오늘 올려다본 하늘이  높다! 아직도 어제의 쿠카바라의 경쾌한 웃음소리어디선가 메아리치는 듯하다! ‘쿠쿠쿠 쿠쿠쿠~….’ 언제쯤 다시 만날 있다는 희망의 소리처럼 자꾸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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