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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Sep 22. 2020

야생화 매발톱

처음엔 네 발톱인 줄 알았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는 사촌 올케언니가 있다. 정말 그 언니 손에 들어가면 죽어가던 꽃도 살아서 나온다. 언니가 다녀가면 신기하게도 우리 집에서 푸대접을 받던 식물들이 살아난다. 궁금한 게 있음 가던 걸음을 붙잡고 물어보면 항상 시원한 대답을 해준다. 속수무책 나의 작은 텃밭에 희망을 심어준 귀한 사람이다.


언니의 정원에 머물다 너무 예쁜 꽃을 발견하고 감탄했더니, 그 자리에서 툭 잘라주면서 집에 가서 심어 보라 했다. 집에 돌아온 그날, 조심스레 적당히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주었다. 오다가다 보니, 꽃을 피울 정도로 자라기는 힘들어 보였다. 잘 자라던 터를 옮겨왔으니 시름시름 몸살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마음을 비우고 내 탓을 했다. 식물을 키우는데 열정만 가지고 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언니 정원에 놔둘껄, 내 욕심이라 생각했다. 지식도 필요하고 또 경험도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살펴야 하는데 말이다. 난 진작에 포기했다. 바쁜 내 생활에 식물을 돌보는 것은 햇살 반짝한 봄날의 의식이었을 뿐...


그렇게 몇 계절이 지나고, 차고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뭔가 빨간 꽃잎이 내 눈에 스쳐 지나갔다. 바로 언니가 꺾어줘서 심은 그 매발톱이었다. 언니 집에서 보고 예뻐라 했던 그 꽃이 내 작은 마당에 피어있는 것이었다. 빨간색 꽃받침에 노란 꽃이 가느다란 줄기에 달려서 귀엽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너무 반갑고 기특했다. 포기하고 있던 순간에 꽃까지 피워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매발톱은 야생화이다. 산에 들에 이름 모르게 피었다 지지만, 이름을 알고 나니 이렇게 나에게 귀한 꽃이 된 것이다.


지나다니다 무심코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음 이름을 불러주자. 그 꽃이 비록 야생화일지라도 누구에게는 화병에 닮길 소중한 의미일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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