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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Oct 02. 2020

마지막 5분

CPR (심폐소생술)


유치원에서 일하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중에 CPR(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머릿속에 꾀고 있어야 한다. 처음 몇 년은 그냥 의무감처럼 앉아서 실습하고 문제 풀고 일정 이상 맞으면 며칠 이내에  수료증을 받는 거에 집중했다. 그러다 기억이 좀 흐려진다 싶으면 다시 또 교육을 받았다. 트레이닝 과정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는 것이랑 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것은 완전 다른 것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가 며칠을 쉬고 어두운 얼굴로 돌아온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날은 가족들이랑 생일파티를 위해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몸이 별로 좋지 않아서 참석을 못하게 된 것이다. 식당에 남은 가족들은 저녁을 먹고 얘기를 하던 중 그녀의 이모부가 약간 어지럽다고 하더니,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는 순간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고 했다.  순간 모두 놀라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급하게 구급차를 부르고 당황하다가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결국 이모부는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너무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며 그 자리에 유일하게 CPR을 할 수 있었던 본인이 없었다는 것에 너무 자책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모부의 슬픈 소식에 마음 아파하면서, 바로 내 옆에서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사람들의 70%는 집 밖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물론 안타깝게도 손을 쓸 방법이 없는 일들도 생긴다. 구급차만 부르고 어쩔 줄 몰라하다 소중한 내 가족의 목숨을 잃는다면 너무도 큰 상처와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CPR 은 응급요원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위급상황에 맞닥뜨린 내 가족, 내 친구 아니면 지나가는 행인의 그 마지막 5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비교적 간단한 지식이 누구의 생명에 불을 다시 붙일 수 있는 희망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나는 지금 우리 가족 모두에게 CPR를 가르쳐주고 있다. 10년 넘은 내공으로 트레이너 흉내도 조금 내면서 말이다. 어느 위급한 상황에서든 단 한 명이라도 CPR을 할 수 있다면, 그날의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내 동료가 그 생일 파티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의 이모부는 지금쯤 가족과 단란한 저녁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말이다.



참고해주세요! 교육받으면서 자주 보았던 비디오입니다. 부담 없이 보실 수 있을 거 같아 첨부합니다

(영국 버전이에요) ​

http://youtu.be/tD2qTmDsiHk​​​​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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